한중일 재무장관 회담 제안..혹시 무슨 일 있나

  • 등록 2008-10-03 오후 11:16:11

    수정 2008-10-03 오후 11:17:10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정부가 3일 한·중·일 재무장관 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나선 것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외환문제가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회담을 제안하면서도 구체적인 안건이나 목적을 밝히지 않아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날 회담 제안에 대해 "아시아 지역의 역내 공조체제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밝히고 있지만, 회담 제안의 타이밍과 정황으로 볼 때 '달러가뭄 해소'가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휴일 오전에 긴급하게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제안이라는 점을 미뤄보더라도 그렇고 별 안건 없이 친선도모의 목적으로 3국 재무장관들이 만나기에는 국제금융상황이 너무 긴박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시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과 일본에 모종의 제안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경제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3국 재무장관 회담 제안의 목적과 내용에 대해 "외국과 논의할 문제를 먼저 공개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면서 입을 닫았다.

반면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언제까지 미국 상황이 개선되기만 기다릴 수도 없고 우리나라 은행들도 한국은행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느냐"며 금융경색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실무적 논의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 열리는 IMF 워싱턴 연차총회에 앞서서 강만수 장관과 중·일 재무장관 간의 회동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워싱턴 현지에서 3국 재무장관이 만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중일 3국이 현재의 위기상황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꺼내들만한 카드는 세 나라 중앙은행들끼리 서로 빌릴 수 있는 외화의 규모, 즉 통화스왑 한도를 늘리는 정도라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일본, 중국의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를 차입할 수 있는 가능액은 약 17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이 세계 1,2위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국가인만큼 이들로부터 달러를 차입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놓는 것이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더라도 스왑시장을 통해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같은 제안을 던진 시점이 미묘하다는 데 있다. 외환보유고의 유동성과 보유고 규모의 적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갑작스럽게 던진 한중일 재무장관 회담 제안을 시장에서는 달러부족을 견디다 못한 SOS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부작용를 의식한 듯 "대통령이 언급한 3국 재무장관 회담은 특별한 이슈나 안건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상황에서 역내 국가들끼리 공조를 강화하자는 정도의 취지"라면서 "회담에서 논의할 사항들은 지금부터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통화스왑 확대 문제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면서 시장의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미 3국간의 재무차관급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 안건 없이 역내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장관들끼리 한번 만나자는 수준의 제안이라는 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회담 제안 배경에 대해 어떤 정부 관계자는 '별 것 아니다'라고 애써 축소하지만 일부에서부터 '뭔가 있긴 있지만 말하기 어렵다'는 등 서로 엇갈린 설명을 내놓는 것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도 미리 회담 안건이나 목적을 공개하자니 상대국에 대한 결례가 될 수 있고, 감추고 있자니 시장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진퇴양난의 입장일 수 있다. 애초부터 이같은 회담 제의 사실은 공개적으로 밝힐 사안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휴일에도 대통령이 경제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3국간 재무장관 회담을 제의하는 장면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기민하고 능동적인 대응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는 오해나 혼란을 불러오기 쉽다"면서 "위기상황일수록 정치적 제스쳐보다는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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