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9월부터 도입하기로 하자 충남 천안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風向計)’로 눈길을 끌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 2004년부터 ‘분양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이보다 분양가를 높게 매긴 사업자에게는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사실상의 분양가 상한제이다. 평당 가이드 라인은 2004년 599만원에서 2005년 624만원, 2006년 655만원으로 3년 새 9%만 올랐다. 2007년에는 700만원선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 새해에 만나본 천안의 시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천안시장 잘한다” vs. “경기 침체, 거래 실종”=수적으로는 찬성의 여론이 많았다. 천안 두정동에 사는 무주택 시민 정모(34)씨는 “분양가 규제는 천안시장의 최대 업적이므로 반드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에서 만나본 시민 9명 중 6명은 “뚝심 있는 성 시장이 대통령보다 낫다” “천안시가 정책을 선도한 것 아니냐”며 지지했다. 이 제도 덕분에 성무용(成武鏞) 천안시장은 작년 5·31 선거에서 60% 이상의 압도적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잇따른 분양 연기로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쌍용동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하는 최모(44)씨는 “분양 연기로 건설 경기가 메마르니 천안 경기가 죽을 쑨다”고 토로했다.
◆‘분양 규제→공급 감소’ 현실화하나?=분양가 규제로 공급은 급감하고 있다. 천안의 주택 공급은 부동산 경기가 뜨거웠던 2002년에 1만3200가구, 2003년 7300가구를 기록했지만, 가이드 라인제가 실시된 이후 6700가구(2004년), 2000가구(2005년), 1579가구(2006년)로 격감하고 있다. 천안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사업팀장은 “천안 도심은 이미 지불한 땅값 때문에 현 분양가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사업지가 적지 않다”며 “분양가 가이드 라인제가 계속되면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에 나서더라도 내부 마감이 저급한 싸구려 아파트, 개성이 실종된 붕어빵 아파트만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성무용 시장은 “땅을 싸게 구입한 사업자도 적지 않으므로 분양 포기는 일부에 그칠 것”이라며 “분양가 규제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집값은 주춤=분양가 규제 등의 여파로 기존 주택 가격은 주춤거리고 있다. ‘불당동 아이파크’ 34평형은 2003년 말부터 2년간 5500만원 오른 후 1년 동안 약보합세이고, ‘두정동 e-편한세상’ 32평형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천안시(면 지역 포함) 전체 평당가는 2003년 말 409만원에서 1년반 만에 490만원선으로 치솟았지만, 그 이후 1년 반은 정체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고속철 등의 호재가 거의 반영된 데다, 싼 분양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존 아파트 매수세가 줄어든 탓”이라며 “하지만 공급이 계속 부진할 경우 집값이 오름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인구 53만의 천안은 서울에서 KTX로 35분 거리인 데다 4년제 대학 10곳이 들어서 있고 인구 증가율도 전국 최상위권인 사실상 수도권 지역”이라며 “이곳의 동향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