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골프 질환

  • 등록 2005-09-08 오후 12:20:20

    수정 2005-09-08 오후 12:20:20

[이데일리 이해룡 칼럼니스트] “골프채를 잘못 휘둘러서 땅을 치고 난 뒤 오른쪽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 물건을 들기도 힘들어요.”

가정주부인 정모씨(43세)는 요즘 팔꿈치 통증 때문에 식사준비도 제대로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정씨의 팔꿈치 통증은 지난해 골프를 배우면서 시작됐다. 40줄에 들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뱃살을 보고 이대로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친구들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시킨 뒤 바로 골프연습장에 달려갈 정도로 골프의 재미에 푹 빠졌다. 너무 재미를 붙였는 지 시도 때도 없이 연습을 하다가 팔꿈치에 무리가 온 것이다.

정씨는 금년 초에도 골프 엘보우 때문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무리를 하면 다시 도질 우려가 있다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최근 지나치게 연습을 하다가 팔꿈치 통증이 다시 도진 것이다.

대기업체 과장인 이모씨(37세, 남)는 옆구리 통증이 심해 몸을 돌리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과장은 얼마 전까지 주말을 산에서 보내는 골수 등산파였으나 직급이 올라가면서 거래처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다지는데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 싶어서 금년부터 연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더욱이 친구들도 나이가 들면서 골프로 돌아서는 통에 등산을 함께 할 사람이 없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이 과장은 일을 한번 시작했다 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탓에 주중에는 출근 전은 물론 퇴근 후에도 집 근처 연습장으로 가서 공을 쳤다. 회사가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덕분에 주말에는 이틀 동안 쉬지 않고 필드에 나가 라운딩을 했다. 이번 여름에는 가까운 친구들의 가족과 동반해서 휴가를 같이 가서 애들과 집사람은 해수욕장에 떼어 놓고 자신은 친구들과 연3일 골프를 치기도 했다.

덕분에 실력은 일취월장 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으나 몸이 감당이 되지 않았는지 얼마 전부터 옆구리가 뻐근하게 아파오면서 몸을 돌리는 것은 물론 기침하면 옆구리가 울려서 기침조차 힘들어졌다.

골프가 많은 사람들의 스포츠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골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도 따라서 늘고 있다.

가장 많은 것이 팔꿈치 바깥쪽에 통증이 있는 골프 엘보우. 하루도 쉬지 않고 골프채를 휘둘러 팔을 혹사하는 사람들에게 잘 생긴다. 아픈데도 이를 악물고 골프를 하다가 결국 만성화되어 통증이 고질적으로 변한 뒤에야 한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치료기간이 상당히 걸리는 편이다.

골프 엘보우의 원인은 어혈이 대부분이다. 지속적으로 타격을 하기 때문에 팔꿈치나 손목 주위에 알게 모르게 타박을 입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어혈로 인한 팔꿈치 통증은 낮 보다는 밤에 더 심해지고 통증의 양상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자통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오장육부 중 팔꿈치와 관련된 장부는 폐와 심장이다. 동의보감은 폐와 심장에 나쁜 기운(사기: 邪氣)이 있으면 경맥을 타고 양쪽 팔꿈치로 가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적고 있다.

팔을 굽히는 것이 힘든 지 아니면 팔을 펴는 것이 어려운 지에 따라 원인도 달라진다. 팔을 굽혔다가 펴는 것이 잘 되지 않는 증상은 근육에 탈이 난 것이고, 팔을 폈다가 굽히기 힘든 것은 뼈에 병이 생긴 것이므로 이에따라 치료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황제내경의 설명이다.

팔꿈치 통증이 있을 때는 과음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술을 지나치게 먹으면 담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팔꿈치에 달라붙게 되면 기혈흐름을 막아서 통증이 가중된다는 것이 동의보감의 지적이다.

골프 엘보우를 방치하면 통증이 갈수록 악화될 뿐 아니라 회복기간도 길어지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통증이 심하면 골프를 쉬는 것도 치료다. 한의원에서 치료받고 좋아졌다가 다시 울상을 하고 한의원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아픈 것이 좋아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참지 못하고 다시 골프장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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