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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997년 1월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한 고가도로에서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부딪혔다.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려는 것을 발견하고 A씨가 충돌을 피하려고 핸들을 꺾은 게 사고 원인이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약 4500만원을 지급한 뒤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소송을 냈고 A씨는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2014년 A씨는 법원에 파산·면책을 신청했고 법원은 2015년 6월 A씨의 면책을 결정했다. 면책 대상에 보험사 채권이 포함됐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보험사로부터 채권을 양수해 2022년 2월 A씨를 상대로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이 채권이 A씨의 중대한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 때문에 발생한 만큼 면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에서 면책 결정을 받아 구상금 채권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일으킨 사고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상 중대한 과실이란 채무자가 조금만 주의했다면 생명이나 신체 침해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뜻한다”며 “A씨가 중대한 과실에 따라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1차로를 주행하던 중 차로에 다른 차가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했고, 당시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도 않았다”며 “피해자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정은 중대한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