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 불황 터널을 지났던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급격하게 살아나고 있다. 엔비디아 등에 밀려 인공지능(AI) 랠리에서 뒷전에 밀렸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예상 밖 ‘조기 업턴’을 등에 업고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하는 데다 또 다른 맞춤형 메모리들까지 개화하고 있어, 이제는 메모리가 AI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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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기업들 주가만 나홀로 급등
최근 주가 흐름은 이같은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회계연도2분기(2023년 12월~2024년 2월) 58억2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억9100만 달러로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시장은 올해 봄은 넘어가야 마이크론이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봤는데, 적자 탈출을 1개 분기 앞당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HBM 비중은 20.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4%에서 급등할 것이라는 의미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9거래일간 10.53% 뛰었다. 올해 전체 주가 상승 폭(8.28%)보다 더 높다. 올해 내내 주가가 갈지자를 그리며 부진했다가, 3월 말부터 급등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HBM 출하량을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릴 계획을 세워 놓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9거래일간 19.04% 폭등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강자로 꼽힌다. 두 회사는 올해 1분기 D램 사업을 통해 나란히 영업이익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고위인사는 “두 회사 모두 하반기 낸드플래시까지 살아나면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30%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메모리 3사가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업턴이 예상보다 빨랐다”고 했다.
메모리 기업들의 극적인 반등은 다른 AI 수혜주들과 비교하면 더 확연하다. 엔비디아 주가는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0.01% 하락했다. 올해는 82.47% 뛰었는데, 최근에는 주춤한 것이다. AMD와 퀄컴 주가는 각각 2.01%, 2.42%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의 경우 각각 0.16%, 2.80% 떨어졌다.
HBM뿐만 아니다. 메모리 3사는 또 다른 맞춤형 제품 경쟁을 통해 업계 장벽을 높이 쌓고 있다. 대표적인 게 그래픽용 GDDR7 D램이다. GDDR은 HBM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 그러나 GPU 옆에 붙어서 AI 기기 성능을 고도화하는 경쟁력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지금은 게이밍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추후 데이터센터, 확장현실(XR), 자율주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에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GDDR7의 기술 표준을 공식화해 주목 받았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제품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GDDR7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외하면 섣불리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JEDEC가 한창 표준 규격을 정하고 있는 저전력 LPDDR6 역시 올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다. JEDEC 측은 “LPDDR6는 이전 제품과 비교해 AI와 모바일 기기에 쓰이면서 전력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