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팔 전쟁)이 이미 심각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 지역의 식량 위기를 가중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변가에서 한 여성이 바닷물을 이용해 조리 도구를 세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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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영통신사 WAFA에 따르면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전체가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며 인도적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전쟁 전에도 가자지구의 식량 불안(영양가 있는 식품을 적정량 섭취할 수 없는 상태) 인구가 120만명에 달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237만명)의 절반이 넘는 비율이다.
세계은행도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팔 전쟁이 그러잖아도 불안한 중동의 식량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전 행위는 전망 기간(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 이미 심각한 인도적 충격을 더욱 악화시키고,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불안감으로 인해 벌써부터 중동 지역 경기가 위축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내 식량 불안 인구는 지난해 기준 3400만명에 이르는데 현재 이스라엘과 산발적 교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와 레바논에선 그 비율이 55%, 33%에 달한다
이·팔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확전으로 향한다면 식량 위기는 더욱 고조될 우려가 크다. 세계은행은 “확전은 이미 심각한 국제적 식량 불안은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잖아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 등으로 끼니 걱정이 커진 중동 등 개발도상국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단 뜻이다.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는 전쟁이 중동 산유국으로 번져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처럼 국제 석유시장 공급량이 600만~800만배럴 줄어든다면 유가가 배럴당 15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면 비료와 운송비 등도 함께 올라 식량 가격을 자극하게 된다.
파루크 수사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중동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확전 위험성은 경제적 타격을 심화·확대시킬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