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8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유소 판매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소매판매를 이끌 가능성이 높지만, 이 외 품목에 대해선 소비 여력을 낮출 수 있고, 점차 소비 둔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대신증권은 15일 8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하면서 예상치인 0.2%를 크게 웃돌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전월과 다르게 이번 소매판매 호조는 대부분이 휘발유 가격 상승에 기인하고 있으며, 전월 수치가 +0.7%에서 +0.5%로 하향 조정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주유소 판매를 제외할 경우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소비 경기의 기저를 나타내는 핵심 소매판매(자동차, 주유소, 건설자재, 식품 서비스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도 7월 수치가 1.0%에서 0.7%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8월은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이 가계의 실질 소득에 영향을 주면서 이외 소비는 부진한 모습이다.
주유소 부문은 전월 대비 5.2%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3월(+12.9%)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8월 중에만 미국 휘발유 가격이 7.3% 상승하였으며, 디젤 가격도 17.2%나 올랐다. 핵심 소매에서는 의복이 2개월 연속 +0.9%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건강·의약 판매도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주택 거래량이 떨어지면서 가구와 건자재 소비는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가구 6월을 제외하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취미와 온라인은 전월 급증한 영향으로 각각 -1.6%, +0.0%로 둔화됐다. 서비스 경기와 관련된 음식·주점도 4개월 연속 증가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당분간 주유소 판매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소매판매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 소득을 줄여 이 외 품목에 소비할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더불어 노동시장이 점차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10월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는 점도 지속해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가계들은 지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여러 어려움 직면한 가운데, 구매력은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미국 소비가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원은 “가계의 소비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가구와 건자재 등 내구재 소비 비중을 줄이는 한편, 생필품 중심의 소비 패턴은 7~8월 이어 4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존 전망대로 연말까지 미국의 소비(휘발유 제외)가 개선되기보다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