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 기자 안톤 숄츠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절벽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외국인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법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제도보다 마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여기서 일을 하는 외국인들의 필요성을 한국 사람들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브라질 출신 방송인 카를로스 고리토 역시 이에 공감하며 “불쌍한 외국인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향한 인식 개선을 도울 수 있는 예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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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민 국가가 현실적 답
이튿날 전략포럼의 마지막을 장식한 세션 ‘비정상회담 ‘지금 우리나라는’’에서는 브라질 출신 방송인으로, 주한브라질대사관 교육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카를로스 고리토와 독일 출신 기자이자 한국이민정책위원회 자문위원인 안톤 숄츠, 아빌란 마리벨 알코노퀴 화순군청 가정활력과 다문화팀 주무관이 패널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숄츠는 지난 1994년부터 20여년 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의 인구 절벽을 가장 많이 실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고령화는 향후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직 고령화 문제는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 2030~2040년부터 사람들이 정말 고령화를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령화 문제가 향후 남북 관계, 범죄 해결보다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숄츠는 현실적으로 출산 증가로 인구를 늘리는 방법이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저출산 및 인구절벽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민자들을 향한 한국인들의 편견과 부정적 인식, 심리적 장벽 등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를로스 고리토 역시 “설문조사로 외국인이 한국에 오는 현상은 좋다고 대답하는 반응이 많지만, ‘외국인이 우리 옆집에 이사 온다면’에 대한 질문엔 좋은 대답이 안 나온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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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토는 자신이 출연한 ‘비정상회담’ 등 예능, 미디어의 영향 덕분에 최근 들어 외국인 이민자들을 향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 역시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향인 브라질도 이민자들에 포용적인 다민족 국가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마리벨 주무관도 “예전에 저의 외모와 국적으로 차별을 느낀 적이 있었다”면서도, “지금 세대를 보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겪는 왕따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적 인식도 늘었다. 각기 다른 문화가 있고, 그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특히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인식을 함양하기 위한 제도적 도움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마리벨 주무관은 “우선은 외국인 지원센터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결혼 이민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등 한국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이 자들이 더욱 편하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이민자들을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고리토는 “한국에 취업하는 외국인들을 여러분의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 파트너로 생각해달라”며 “사실 우리는 여러분과 똑같이 세금도 내고 건강보험료도 낸다.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