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
| 지난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이조식당’에 직접 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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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요즘 기사식당도 어딜 가나 기본 8000원, 9000원이야”오전 운행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챙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선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비빔밥 한 그릇에 1만 원인 시대, 외식과 숙박 물가는 1년 사이 8% 가까이 올랐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0.29)보다 0.1% 높은 120.42(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이는 1월(0.4%) 이후 두 달 연속 오름세일 뿐 아니라, 1년 전인 2022년 2월보다도 4.8% 높은 수준이다.
그간 지역 물가 방어의 최전선에 있던 ‘착한가격업소’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말한다.
|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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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에서 음식·세탁·숙박 등 착한가격업소 59곳이 취소됐다. 이 중 아예 문을 닫거나 휴업한 곳은 30개로 절반을 넘겼다.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콩나물비빔밥 한 그릇에 6000원을 받는 ‘이조식당’이다.
지난 20일 찾은 이 가게의 주력 메뉴는 콩나물비빔밥과 잔치국수다. 가격은 모두 6000원. 얼마 전까지 5000원을 받았으나 이달부터 1000원을 올렸다고 한다.
가게 내부에는 이와 관련한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견디기 어려워 3월 1일부터 가격을 6000원으로 인상하게 됨을 안내 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
| 가게 내부에 붙어있는 가격 인상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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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문한 메뉴는 콩나물비빔밥과 잔치국수다. 중년의 남성 사장은 “혼자 먹기에 양이 많으니 잔치국수는 맛보기용으로 조금 담아 주겠다”며 총 6000원을 결제했다.
먼저 맛본 콩나물비빔밥은 한눈에 봐도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했다. 양념장을 더해 고루 비비니 차진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콩나물과 무생채 그리고 김 가루 등이 어우러졌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했다. 특히 콩나물과 무의 아삭한 식감은 먹는 재미를 더했다.
| 콩나물비빔밥에 양념장을 살짝 더해 비비는 모습. (영상=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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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는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낸 듯 깊은 맛이 났다. 국물에 대파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 비리지 않았고 깔끔했다. 고명으로 올라간 김 가루를 국물에 풀고 면을 들어 올리니 탱탱한 면발이 먹음직스러웠다. 사장의 추천에 따라 비빔밥에 넣었던 양념장을 살짝 더하니 은은하게 매운 향이 더해져 새로운 맛이 났다.
한자리에서 20년째 문을 열고 손님을 만나 온 이곳은 1대 사장인 할머니와 인연이 닿은 중년의 부부가 2대 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 후 아내와 함께 가게 일을 하고 있다는 남성 사장은 “먼저 사장이셨던 할머니와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며 “코로나19와 맞물려 할머니께서 장사를 중단하시려고 해 가게를 이어받았다”고 말했다.
|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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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사장은 “할머니께 양념장 등 요리법을 전부 전수받아 음식 맛은 그대로”라며 “최근에는 손님들의 추천으로 콩나물국밥을 새로 냈다”라고 밝혔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다 보니 해장하러 오는 손님들이 국밥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콩나물국밥 가격도 6000원이다.
사장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실 물가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재료비가 많이 올라 6000원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라면서도 “가게의 70% 이상이 고정 단골손님인데 이 가운데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분들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
| 맑은 국물의 잔치국수. 고명으로 올라간 김 가루가 수북하다.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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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게 주변이 전부 먹자골목인데 한 끼 식사에 대부분 8000원부터 시작하더라”라며 “우리 가게마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면 이분들은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장은 “대기업 임원 30년 하면서 몸에 익은 게 원리원칙이었다”며 “원가 계산을 해서 손해를 보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이자 여성 사장은 자신과 다르다고 했다.
|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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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장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며 가게를 운영하고자 했는데, 이 부분에서 부부는 초반에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남성 사장은 “아내와 함께 장사하다 보니 원리원칙이 때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때로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간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오신 적이 있다. 이 할머니는 보리밥을 드시러 종종 오셨는데, 당시에 할머니는 주문한 음식을 두고 양이 적다며 더 달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 ‘미스트롯2’로 이름을 알린 가수 김태연 양의 사인이 가게에 장식돼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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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그때 할머니에게 ‘충분히 많이 드렸는데 어떤 걸 더 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었다”며 “이후 할머니가 아내에게 ‘여기 남 사장은 깐깐해서 많이 안 줘’라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중에 할머니가 다시 가게를 찾았을 때 먼저 ‘더 드릴게요, 많이 잡수세요. 필요하시면 또 말씀해주세요’라고 권했다”며 “이후 할머니는 우리 집 단골손님이 됐다. 베풀면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때 느꼈다”라고 했다.
| (영상=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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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또 “장사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한다”며 “근처 쪽방촌에 사는 분들이나 노숙인도 종종 가게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날에는 노숙인 한 분이 가게에 왔는데 냄새가 났다. 가게에 있던 한 손님은 ‘저런 손님은 안 받으시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당장 한 그릇을 더 파는 것 보다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배불리 먹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 이후 단골손님으로 유치하는 게 더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때 밥을 먹고 간 노숙인 역시 현재 가게의 단골”이라며 “가끔은 고맙다고 과일 하나를 가져다준다”라고 밝혔다.
| (사진=송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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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사장은 “한국 관광을 온 일본인 손님도 있었다”며 “그날 가게에서 맛있게 먹고 가더니 며칠 뒤 또 우리 가게에 왔다. 본인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여행을 하다가 가게에서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게 자꾸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인 손님은 일본식 바나나 과자를 선물해주고 갔다”며 “모든 손님에게 늘 편안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하려 노력하는데 이럴 때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했다.
사장에게 ‘이조식당’은 손님에게 기쁨을 주고 포만감을 주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번 온 손님은 영원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 끼 맛있게 차려드릴 것”이라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정성껏 챙기고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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