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학대에 엉터리 판결"…아동학대 판결에 실명 저격한 의사회

'입양아동 학대 혐의' 양부모 집유 판결
'솜방망이 처벌' 규탄 성명 잇따라
  • 등록 2022-06-21 오전 8:10:25

    수정 2022-06-24 오후 5:43:29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초등학생 자녀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양부모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이례적으로 판사의 실명(實名)을 적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20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페이스북에 창원지방법원 김모 부장판사의 이름을 언급하 ‘판사 자격이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 회장은 “판사 자격이 없다. 즉각 사직하고 법과 관계되지 않은 다른 일을 할 것을 권유한다”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초등학생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43)씨와 C(41)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60시간도 명령했다.

김해에 거주 중인 초등학생 A군은 2020년 12월 양부모인 B씨와 C씨로부터 폭언에 시달리고 한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방에 방치돼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거나 찬물에 목욕하는 등 학대를 당했다며 지구대에 신고했다. 이후 검찰은 A군 양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명목으로 어린 피해아동을 사실상 배제·고립시켜서 희생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부모로서 기본 의무를 저버렸다”면서도 “현재 부양이 필요한 미성년 자녀(피해아동 이외)가 한 명 더 있고 이전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임 회장은 “천인공노할 극악 무도하며 반복된 범죄행위에 대해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벌로도 모자라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정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 아이가 가해자들에게 돌아가 결국 사망에 이르러야 그때서야 제대로 가해자들을 단죄하겠다고 나설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동학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어떻게 피해 아동의 삶을 평생 망가 뜨리는 중범죄 인지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없다면 함부로 법대에 앉아서 헌 칼 휘두르듯 판결봉 휘두르지 말라”며 “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법대에 앉아 정의를 행하겠다고 하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고 적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아동 관련 단체들도 비판 서명을 냈다. 한국지역아동센터협의는 “아동학대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는 경우 정인이 학대 사건에서 보았듯이 결국 사망에 이르러서야 끝난다. 즉시 법관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도 “천인공노하고 극악무도한 아동학대 범죄행위에 대해 창원지법은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벌로도 모자라 가정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중범죄를 경홀히 다루었고 다시 아이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 판결을 한 판사는 즉시 법관의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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