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애플의 혁신은 '아이카'로 이어질까

생산기지 대만서 '애플카' 이르면 내년 출시설 '솔솔'
팀쿡 CEO, 3년 전 자율주행사업 진출 공식 인정
맥·아이폰 이어 새로운 개인형 모빌리티 모델 기대
  • 등록 2020-12-26 오전 9:30:00

    수정 2020-12-26 오전 9:30:00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계개발자대회(WWDC) 20에서 발표하고 있는 팀 쿡 애플 최공경영자(CEO). (사진= 로이터)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번주 IT 업계에서 가장 ‘핫’한 소식을 하나 꼽으라면 ‘애플카’ 출시 관련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플이라는 기업이 가지는 브랜드 파워도 있지만 스마트폰과 PC를 만드는 기업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애플은 출시 전까지 신제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그러니 애플카 관련 뉴스도 아직은 소문이라고 해야하는 수준인데요. 이번 소문은 애플의 본토인 미국과 생산기지가 있는 대만쪽에서 나와 꽤 믿을만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인 즉, 애플이 오는 2024년에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혹은 아이카)를 선보일 것이라는 겁니다. 공식 출시에 앞서 이르면 내년에 시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는데요. 애플이 이달 초 시제품 제작을 위해 대만 협력업체에 관련 부품 생산을 요구했으며, 대만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칩 공동개발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온라인상의 애플카 예상 이미지는 대부분 테슬라 자동차 디자인에 애플 로고를 합성하고 시판 중인 초소형 전기차에 기반하고 있다.


애플이 왜 거기서 나와…스마트폰 회사가 자동차를?

개인용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로 유명한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니 다소 생뚱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애플이 자동차, 정확히 말하면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둔 것은 벌써 오래된 일입니다.

애플은 2014년부터 비공개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타이탄(Titan)’을 가동했으며, 2015년에는 일반 자동차에 자율주행 센서를 장착해 시험주행을 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CEO)는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차사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자동차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자동차일까요. 애플은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입니다. 애플은 1984년 매킨토시를 시작으로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중심에 ‘개인’에 뒀습니다. 운전을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차만큼 개인적인 공간도 없습니다. 물론 여럿이 함께 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가용의 경우 어떤 때는 집보다 더 개인적인 공간이 되지요.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나오기 전엔 휴대폰은 주요 기능은 전화통화였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은 손안의 작은 컴퓨터로 진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차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자율주행 기술 등에 힘입어 다소 편안하게 운전을 하면서 가상 키보드나 음성인식을 이용해 웝서핑을 하고 스케줄을 관리하며 그 내용이 개인 스마트폰과도 연동이 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에겐 편리함을 줄 것이고, 애플 입장에서는 독자 생태계를 더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맥과 아이패드, 아이폰이 시너지를 내듯이 자사 기기간의 높은 연동성을 바탕으로 애플 제품에 락인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회사는 물론 기존 자동차 기업들도 앞다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전기차이기에 가능…자율주행·배터리 기술 관건

그렇다고 해도 IT 기업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같은 장벽을 낮춰주는 것이 바로 전기차의 등장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쉽습니다.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은 것은 물론 대규모 생산설비와 인력, 복잡한 납품업체 관리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개수만 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모터 등은 검증된 업체에서 사오거나 반도체처럼 직접 설계해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도 가능해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핵심이 되고 있는 추세 역시 IT 기업들에는 좋은 소식입니다.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서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분석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세계 전기차 업계 1위 기업인 테슬라 역시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로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애플의 전기차 사업 진출 소식에 테슬라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은 전기차 분야에서 SW 역량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편, 애플뿐 아니라 소위 ‘글로벌 IT 공룡’으로 불리는 회사들도 이미 자동차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데요. 자율주행 기술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구글의 웨이모는 최근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 했습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해 자율주행 택시를 공개했고,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해오던 중국 바이두는 최근 전기차 생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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