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와 여권은 해당 법안이 ‘주권 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후퇴 없이 입법 절차를 위한 후속조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대북전단 관련법이 통과된 만큼 국제사회 부정 여론을 적극 방어해 남북관계 악화 요소를 정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21일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미 의회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잇단 우려에도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절차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이 국내법인 만큼 ‘주권 사항’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
서호 통일부 차관도 지난 20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 인권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는 법 이행을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조야에선 법 시행 전 관련 개정법을 재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해당 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 과잉처벌 등을 지적하며 내년 1월 청문회 개최를 공언했다. 영국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도 자국 정부에 ‘대북 전단 금지법’ 재고를 요청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미국 새 행정부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 방어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반(反)민주ㆍ반인권적 입법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을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서 어느 가치보다 존중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법률 개정안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조치다”라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각국 공관을 통해 개정 법률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통일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폭넓은 소통으로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가 일각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예상보다 가열되면서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적 측면에서 인권을 1순위로 놓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이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