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개인의 삶을 작품으로 차용해도 되는 걸까

국내 초연 오른 연극 '마우스피스'
나이·성별·계급 다른 두 남녀 이야기
예술 창작 활동의 윤리적 문제 담아
김여진·김신록·장률·이휘종 출연
  • 등록 2020-07-20 오전 6:00:00

    수정 2020-07-20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나이, 성별, 계급 모두 다른 두 남녀를 통해 예술과 창작의 윤리적 문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한 연극 ‘마우스피스’다.

영국 스코틀랜드 작가 키이란 헐리의 최신작으로 2018년 영국 트래버스 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공연제작사 연극열전의 ‘연극열전8’ 두 번째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썬샤인의 전사들’ ‘로풍찬 유랑극장’ 등의 연극을 만든 연출가 부새롬 연출하고 배우 김여진, 김신록(이상 리비 역), 장률, 이휘종(이상 데클란 역)이 출연한다.

연극 ‘마우스피스’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작품은 슬럼프에 빠진 중년 여성 극작가 리비와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환경적 제약으로 이를 펼칠 수 없는 10대 소년 데클란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연한 만남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예술에 대한 대화를 통해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다. 작품은 조금씩 어긋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리며 현실과 예술의 관계, 문화자본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방식 등에 대해 질문한다.

최근 진행한 전막 시연회에서 부 연출은 “리비와 데클란은 에로틱한 사랑을 나누는 관계도 아니고 동등한 친구도 아니지만 엄마와 아들 같아 보이기도 하고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예술적 동지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극을 통해 두 사람이 결국 계급과 나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맞닿을 수 없는 관계임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회색 빛깔과 경사형의 구조로 불안함과 긴장을 자아낸다. 주인공 사이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형상화한 느낌이다. 리비가 쓰는 글과 생각들은 자막이 돼 무대 뒤편에 영상으로 비친다. 데클린의 삶이 리비의 작품이 돼가는 과정은 마치 극 중 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제목인 ‘마우스피스’는 입을 대는 부분을 칭하는 용어이자 ‘대변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리비는 데클린의 삶을 자신이 쓰는 새로운 희곡에 차용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희곡의 결말을 놓고 두 사람의 의견은 엇갈린다. 여기엔 누군가의 삶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담겨 있다.

배우들도 작품의 주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김여진은 “연극은 민초들의 삶이나 약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이들이 연극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대본을 받은 뒤 하게 됐다”며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김신록은 “리비도 데클란도 삶이 의미 있다는 걸 믿는 절박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며 “삶이 의미 없다는 걸 발견한 순간에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리비와 데클란이 이야기를 보다 보면 최근 자신의 소설에 지인과의 사적인 대화를 그대로 인용해 물의를 빚은 작가 김봉곤의 논란이 오버랩된다. 리비는 데클란의 ‘마우스피스’라고 할 수 있을까. 작품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는 대신 관객 각자가 그 답을 찾을 것을 권한다. 공연은 9월 6일까지.

연극 ‘마우스피스’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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