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으로 '동북선' 완공 미뤄지나"

서울시 동북선 예산 733억원 삭감
“보상 늦어져…사업 차질 없다”
주민 불만 커져…“아파트 팔까 고민”
소송 리스크에 사업 지연 가능성 커져
  • 등록 2020-05-08 오전 6:00:00

    수정 2020-05-08 오전 8:12:18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동북선 건설사업이 안그래도 지연되고 있는데, 예산까지 삭감됐다니 답답하다. 10년 뒤에 만들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팔지 고민 중이다.”(서울 강북구 번동 주공1단지 소유주)

“동북선 하나만 바라고 집을 산 사람들만 애가 탄다. 가뜩이나 불경기라 집을 팔기도 애매한 시점이다.”(노원구 S 공인중개업소)

(그래픽=이미나 기자)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예산 편성을 위해 올해 동북선 예산 3조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지연을 우려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서울시는 예정대로 동북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동북선뿐 아니라 올해 편성한 다른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예산도 대폭 줄였다.

동북선 예산 77% 삭감…서울시 “어차피 불용 예산”

7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코로나 대응 비용으로 2조 8329억원을 편성하는 반면 동북선 경전철 건설비용 733억원을 삭감했다. 올해 초 동북선 건설에 편성한 비용(942억원)의 77%를 삭감했다.

서울시의 동북선 예산 삭감은 동북선 차량기지 부지에 있는 운전면허학원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는 운전면허학원 부지를 소유한 두양엔지니어링·두양주택과 수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운전면허학원 부지의 약 1/3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두양 측은 학원 부지 전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심지어 운전면허학원 측이 토지 수용을 두고 법정 소송까지 예고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결국 당장 협상 진행이 어려워진 서울시는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명목으로, 올해 편성된 토지 수용 금액(942억원)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상이 지연되면서 어차피 올해 편성한 예산을 다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며 “코로나19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했는데, 당장 진행이 어려운 동북선 사업의 예산이 깎인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예상으로 협상 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에 큰 차질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설명에도 주민 반발 여전…시세 영향 불가피

그러나 서울시와 달리 노도강 주민들사이에서는 사업 지연에 대한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동북선이 지역 대표 호재로 꼽히는 만큼 사업 진행 속도에 민감한 상황이다. 동북선은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부터 미아사거리역을 지나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까지 총 연장 13.4km 길이의 노선이다. 개통 시 왕십리역에서 상계역까지 26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도봉구와 노원구 아파트 단지 일대(사진=이데일리DB)
노원구 상계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동북선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당시 호가는 5000만원정도 오를 정도였다”면서 “현재는 부지 보상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한데 예산 삭감까지 되니 주민들은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일에는 ‘집을 팔아야하냐’라는 문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상계주공7단지 소유주 김모(44)씨는 “이미 10년 이상 질질 끌어온 사업인 탓에 동북선 사업에 예민한 주민들이 많다”며 “서울시는 몇 개월만 늦춰질거라고하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수용 문제를 두고 소송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업은 최장 몇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동북선 예산을 ‘삭감(불용) 예산’이라고 판단한 것도 이와 연관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코로나 추경으로 인한 SOC사업 예산이 삭감으로 해당 지역의 반발이 이어질것으로 예상된다. △장기미집행공원 보상(1800억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239억원) △구릉지 일대 교통편의 개선(62억원) 등의 예산이 대폭 줄여졌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예산 축소는 시장에 사업 지연 등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수혜 지역 주택 등의 시세에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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