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과 터키가 갈등의 도화선이 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크레이그 브런슨 구금 사건을 비롯한 양국의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시 접촉을 시작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라 경제가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 터키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양국이 미국인 목사 구금 사건을 포함한 여러 충돌 현안에 대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사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세르다르 킬릭 미국 주재 터키대사가 백악관에서 만났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목사 구금 문제와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양국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구금을 놓고 격한 갈등을 빚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오다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 있다. 미국은 지난달 말 브런슨 목사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면서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었다. 결국,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정부의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제재했다. 더 나아가 지난 3일엔 터키가 미국 시장에 대한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도 조사를 시작했다. 만약 터키가 GSP 자격을 잃으면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터키산 제품에 관세 특혜가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 대표단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목사 구금과 무역갈등, 시리아 문제 등 충돌 사안들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결국,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를 2배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터키 리라화의 폭락세가 이어졌고, 터키 경제는 사실상 벼랑 끝에 내몰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를 ‘경제전쟁’으로 규정하며 맞대응을 천명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터키 중앙은행이 이날 리라화의 법적 지급준비율 인하 등 각종 안정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게 대표적이다. 킬릭 터키 대사가 이날 백악관을 찾은 배경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