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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22·여)씨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친구와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관광정보센터를 방문했다. 평소 한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친구에게 강남 지역을 소개해주고 한류를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관광정보센터를 방문한 김씨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외부 표지판에는 2층에 한류체험관이 있다고 했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텅 빈 강당에 의자들만 가득했다. 강당 벽에 사진 몇 점이 걸려 있었지만 ‘일본교회 BAM을 위한 자립 지원사진전’으로 한류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1500만명(2016년 기준)을 넘긴 지 오래다. 이중 서울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한해 100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할 관광정보센터가 관리 부실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광정보센터는 기존 관광안내소에 한류체험 등 부가기능을 추가해 확장한 곳이다. 현재 서울에는 강남을 비롯해 마포·명동·용산역·서울역·서초·송파구에 하나씩 총 7개 관광정보센터가 있다. 이중 서울·용산역의 관광정보센터는 열차 승하차 안내를 맡고 있어 명칭만 관광정보센터일 뿐 사실상 기존 관광안내소와 큰 차이가 없다. 연간 운영비용은 센터에 따라 1억~3억500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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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남·마포·명동·서초·송파 5개 관광정보센터의 연평균 방문객 수는 약 4만명이다. 하지만 방문객 대부분이 명동과 강남에 몰린다.
5개소 중 가장 방문객 수가 적은 곳은 송파관광정보센터다.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약 1만명이 송파관광정보센터를 방문했다. 하루 평균 27명 꼴이다, 그나마 이중 외국인 방문객은 5명에 불과하다. 송파관광정보센터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에 인접해 있어서 관광객들이 석촌호수를 방문하지 않는 한 찾기가 쉽지 않다.
별도 안내표시나 홍보 부족으로 관광정보센터 내 체험관이 파리만 날리는 경우도 있다. 올해 2월 서초관광정보센터는 센터 2층 의료홍보존을 국악체험관으로 바꿨다. 올해 5월 23일 기준 서초관광정보센터 방문객 약 8400명 중 국악체험관 이용객은 150명 내외로 2%가 채 되지 않는다.
강남관광정보센터도 지난해 10월 센터 2층을 한류스타체험관에서 ‘한류체험관’으로 재개장한 뒤 비정기적으로 신인가수 쇼케이스나 팬사인회를 열고 있다. 재개장 이후 반년 넘도록 정기적인 상설 프로그램은 없는 상황이다. 강남관광정보센터는 2013년 서울시가 예산 9억원을 들여 연면적 820㎡(약 250평)로 지었고 서울 시내 관광정보센터중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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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29%였던 외국인 관광객 관광안내소·관광정보센터 이용률은 지난해 21.2%로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201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관광안내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많은 반면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문가들은 정보관리센터의 관리주체를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관광정보센터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 기존 관광안내센터의 운영 상황을 토대로 통폐합과 재배치가 필요하다”며 “이용이 저조한 관광정보센터는 인력을 줄이고 정보센터 기능이 필요한 지역에는 추가 설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문제 등을 고려하다 보니 정작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모호한 위치에 정보센터가 있는 곳도 있다”며 “운영 주체를 일원화해 표준화되고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관광정보센터는 기본적으로 관광정보 제공에 충실해야 하고 이후 부수적인 기능을 어떻게 확장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며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잘 관리되지 않으면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