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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자동차 박람회 ‘CES 2018’ 취재를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취재진 사이에서 줄탄식이 터져나왔다. 중국 부스에 전시된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추월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을 협력 파트너로 인정해야 할 만큼 두 나라간 기술 격차가 좁혀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자리였다.
◇자율주행 달리고, AI 속도내고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중국내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는 체리자동차와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을 이번 전시회에 내놨다. 바이두 관계자는 “이미 베이징에서 시범 운행을 마쳤고, 이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언제든지 양산이 가능한 상태로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준비해놨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해 대규모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곳은 구글과 인텔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005930)가 하만과 함께 개발한 ‘드라이브라인’ 플랫폼이 등장하긴 했지만, 당장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또 다른 중국의 대형 업체인 TCL은 삼성전자의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TV 진영에 합류해 부스 전면을 장식했다. TCL은 이미 유럽과 미국의 유명 스마트폰 제조사 알카텔과 블랙베리를 인수해 유명해진 업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ED 진영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한 건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 세 업체와 다른 중국 업체인 하이얼 등 네 곳의 공통점은 모두 ‘스마트홈’과 인공지능(AI) 활용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비록 별다른 특징점이 눈에 띄진 않았다는게 국내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구글이 개발한 개방형 AI 음성인식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에 조금씩 발을 딛고 있다는 점이다.
◇“‘선전’이 많이 온 이유 생각해봐라”
중국이 이렇게 앞서나가는 이유는 뭘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전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이번 CES에 참가한 국가 중 가장 비율이 높은 곳이 어딘지 아느냐”며 “물론 중국인데, 그중에서도 심천(선전)이다”라고 말했다. 박 사장 말처럼 이번 전시회에는 ‘선전(Shenzen)’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수 많은 업체가 참여했다. 선전은 중국 정부가 경제 특구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물론, 해외 인재들도 몰리고 있다.
규제 완화로 글로벌 R&D 인재들이 몰리다 보니,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기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사장은 “우리도 어서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규제 개선의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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