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④]'잊혀질 권리 수호자'인가 '알권리 방해자'인가

개인 인생 망칠 온라인 게시물 삭제...'잊혀질 권리' 지켜줘
범죄사실 등 과거 세탁에 악용 우려...대중의 '알권리' 방해
  • 등록 2017-09-24 오전 6:30:00

    수정 2017-09-24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디지털 장의업체들도 증가하고 관련 시장도 커지는 중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6년 ‘5년 내에 뜨는 직업’에 디지털 장의사를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대중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에 내가 쓴 내 게시물에 대해서 내가 언제든지 삭제를 하고 잊혀지게 만드는 것과, 남이 쓴 나에 대한 정보를 잊혀지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정하는 개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처음 제도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사진‧영상, 악성댓글 등 개인의 디지털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잊혀질 권리의 ‘수호자’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리벤지 포르노, 몰카, 지인 능욕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가 자칫 범죄 사실 등 나쁜 과거를 세탁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중의 알권리’를 주장한다. 기업이나 정치인이 과거 자신들의 과오를 지우려고 한다던가 친일파 후손들이 자기 조상의 친일행각을 지운다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는 것.

실제로 지난 2014년 3월 서울의 한 병원이 과거 의료사고 논란과 관련해 포털 사이트의 연관검색어를 지워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심의를 맡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이를 거부했다. “해당 검색어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에서 불의의 사고와 관련한 것으로 공공의 이익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잊혀질 권리’를 옹호하는 쪽은 과거 온라인 기록이 개인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알권리’에 찬성하는 측은 불리한 정보를 마음대로 삭제할 수 있다면 특히 공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디지털 장의사 활동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법적 규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디지털 장의사의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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