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체육회가 "개념 없다" 비난 듣는 이유

  • 등록 2017-01-26 오전 6:00:00

    수정 2017-01-26 오전 6:00:00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단 숙소가 문제가 됐다. 객실에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역사왜곡 서적을 비치해 물의를 빚는 일본 호텔체인 아파(APA)에 우리 선수단 일부가 묵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대회 조직위원회 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용금지 지침을 내린 중국팀의 대응과 대비된다. 게다가 이 호텔의 극우서적 비치는 그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조직위의 숙소 배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대한체육회의 무신경을 탓하는 비판의 소리가 크다.

체육회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230명 중 100여명이 다른 나라의 2000여명과 함께 삿포로 아파호텔 체인점에 묵게 된다. 문제는 이 호텔의 모든 객실에 역사를 왜곡하는 극우성향의 책들이 비치돼 있다는 사실이다. 호텔 CEO인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가 쓴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등이 그것으로 위안부 존재와 난징대학살 사건 등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자국 국민들에게 호텔 이용금지 지침을 내리는 등 즉각 대책을 내놨다. 중국 선수단도 이 호텔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 정부나 체육회의 대응은 너무 굼뜨다. 선수단이 ‘역사왜곡 호텔’에 묵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조직위는 2015년 선수촌 숙박을 타진하면서 호텔에 해당 서적 제거를 의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 이미 극우서적 비치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직위에 숙소배정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최근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대사를 본국으로 귀국시키는 등 한·일 간 외교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위안부 강제동원’의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하는 행태는 결코 두고 볼 수 없다. 체육회가 어제 조직위에 극우서적 비치에 우려를 표하고 시정조치를 요청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문제의 책들을 치우지 않는다면 숙소를 변경하는 등의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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