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우대금리 슬며시 빼고 낮추고…소비자만 '골병'(상보)

KB연금우대통장 1%p 인하키로
우리은행도 첫거래 우대 조항 없애
하나銀 예·적금 만기 후 금리 내려
0.01%p 더 받기 위해 발품파는데
고객들 "선택권 제한되는 셈" 불만
  • 등록 2016-11-10 오전 6:00:00

    수정 2016-11-10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예대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깊은 은행들이 수신·여신상품 우대금리를 낮추거나 조건 변경에 나섰다. 대출 가산금리를 높이되 예·적금 금리는 가급적 유지하는 전략과 함께 눈에 크게 띄지 않는 부분까지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떨어진 이삭 하나라도 더 줍자는 은행권의 절박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초저금리 시대에 금리 0.01%가 아쉬운 고객들에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대·만기 후 금리 낮추는 은행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2일부터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통장과 KB연금우대통장의 우대금리를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APT생활통장 우대금리도 0.1%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인터넷저축예금과 명품여성종합통장의 기본이율도 각각 0.15%포인트, 0.1%포인트 하향조정한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우리웰리치 주거래직장인대출을 받는 고객에 대해선 첫 거래거나 청약저축통장에 가입했을 경우 대출금리를 0.1%포인트씩 깎아줬지만 11일부터는 이 우대금리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우리신세대 플러스론 대출상품에 대해서는 취업축하 우대금리, 특정 업종 재직자에게 제공하던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없애고 우리전문가클럽, 우리금융인클럽, 우리메디클럽 대출에도 거래기간 1년 이상이거나 신규 고객에게 적용되던 0.1%포인트, 0.2%포인트 금리우대 요건을 삭제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새로 가입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상호부금에 대해 만기 된 이후 지급하는 금리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수신상품 만기가 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기본금리를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이 금리의 절반만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KEB하나은행의 정기예금 만기 후 이자율은 연 0.9%에서 0.45%로 낮아지고 정기적금과 상호부금은 연 0.8%에서 0.4%로 떨어지게 된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우대금리나 만기 후 금리 조정에 나선 것은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우대금리 조정폭이 크지 않아 실질적으로 은행의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하지만 금리가 낮아진 만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통장은 수시입출식 통장임에도 예금 100만원까지는 우대금리를 최대 2.5%까지 제공해 1년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과거 고금리 시절 책정했던 우대금리를 순차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줘도 그냥은 안 준다…주거래고객 잡기

초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은행권에 머물고 있는 돈이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 수신 잔액은 1436조8000억원으로 8월과 9월 두 달간 총 19조원 가량 늘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상 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원화 유동성은 넘치니 예전처럼 우대금리를 줄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우대금리 자체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큰 유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왕 줄 거라면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은행은 신세대플러스론에 일부 우대금리 요건을 삭제하는 대신 공과금·관리비 이체, 적립식상품 가입, 3개월간 신용카드 50만원 이상 사용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우대해주는 조항을 추가했다. 전문가, 금융인, 의료인 대출의 경우 계좌이동서비스를 통해 자동납부 3건 이상 신청하면 0.1%포인트 우대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 항목이 대출상품별로 다양해 한번 정리하자는 의미도 있고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자는 취지도 있다”며 “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충성고객을 얼마나 더 확보하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객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금리 5%대 시대에는 0.01%포인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1년 만기 예금금리가 연 1.5% 전후에 불과할 때에는 0.01%포인트 더 받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연간 수익목표를 맞추기 어려우니 은행들이 가산금리나 우대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우대금리가 축소된다는 것은 은행 간 경쟁이 사라진다는 의미인 만큼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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