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장관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줄여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대기업 정규직-중소기업 비정규직, 100대 45 격차"
"30대그룹 오너, 상생하는 고용생태계 고민해야"
"임금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 등록 2016-10-11 오전 6:30:00

    수정 2016-10-11 오전 8:18:06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인터뷰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전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임금체계 개편이나 능력중심인력 운용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서 사람을 채용하고 청년이 중소기업에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빨리 형성해줘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이데일리 창간 16주년을 맞아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년 고용절벽, 비정규직 고용불안, 장시간 근로만연, 낮은 사회 안전망 등 심각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노동계가 정부의 성과연봉제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틀을 능력중심으로 유연하게 바꿔주지 않으면 청년들의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동시장의 개혁이 늦어질수록 대·중소기업, 정규·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며 고착화돼 ‘일자리’ 문제가 갈수록 우리사회를 짓누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된다고 할 만큼 어려운 문제다. 일자리 주무부처 장관으로 책임감이 막중할텐데, 일자리 문제, 어떻게 보고 있나?

△2003년 미국에 있을 때 의료보험 문제의 해답을 내놓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은 문제가 일자리로 넘어왔다. 그만큼 현재 일자리 문제는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문제다. 일자리 문제란 결국 ‘삶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본다. 주말 집 근처 국립묘지를 자주 가는데,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의 무덤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삶에서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가치는 사랑, 우정, 성취, 지식 등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경제력·일자리는 궁극적인 가치가 아니라 도구적인 가치쯤으로 봤는데 최근 일자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국민의 행복가치가 됐다.

‘N포 세대’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일자리가 없으면 모든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의 삶 = 일자리’가 됐고 일자리는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가 될만큼 소중해졌다. 여야 정치권을 포함한 정부와 노동계, 더 넓히면 우리 아버지 세대가 청년의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데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본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인터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첫째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게 해야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4%인데, 성장률은 2.5%에 머물고 있다. 즉, 1.5%는 추가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잠재 성장률 만큼 성장이 가능하도록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우리기업이 해외 투자한 금액이 244조원 정도고,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금액이 100조원 정도 된다. 빠져나간 144조원을 일자리로 환산하면 연간 13만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의료, 관광 등 4차 산업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둘째로 기업이 투자하면 일자리 증가로 확연히 연결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1% 성장을 했을 때 일자리로 증가하는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다. 이것은 우리 정부, 정치권, 노사가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1% 성장했을 때 8만7000개 정도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이것이 15만개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잠재성장률 3~4%대로 성장한다고 치면 1년내 60만개 일자리가 생겨나고 3~4년이 지나면 150만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소위 국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다.

-노동계 반발에도 노동개혁 지속 추진해 왔다 이유는?

이렇게 되려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노동개혁 법안도 이뤄지고, 현장에서 실천도 해야한다. 기업이 사람을 쓰는데 두려움이 없어져야 일자리 창출력이 높아질 수 있다.

투자나 장사를 하면서 사람을 직접 쓰지 않고, 책임지거나 계약관계로 다투지 않으려고 하도급을 주거나 1년만 기간·파견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식이라면 일자리 창출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 있는 일자리, 특히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결책은 격차해소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가 큰 현실 속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을 가라고 하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소기업 격차해소가 절실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해소는 보통의 마음가짐, ‘우리가 노력해야지’ 정도의 생각으로는 부족하다. 현재의 속도와 의지를 갖고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푼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러한 기업간의 격차를 풀지 않고 우리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더욱 큰 거짓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100대 50이라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가지 않는다. 고용률 70%이상 되는 선진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이 100대 75정도다. 격차가 25%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 원인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방향성은 잘 잡혀 있다고 본다. 그럼 ‘왜 목표만큼 가지 못하고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여러 이유가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심화됐고 한편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노동시장 개혁,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서비스 발전법 등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관련 입법이 발목 잡혀 있다. 경기둔화는 세계 공통의 현상이지만 우리만 안고 있는 노동개혁 문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인터뷰
제, 서비스 규제 등은 빨리 풀어줘야 한다.

우리가 더 늘릴 수 있는 일자리를 못 늘린다는 것은 바보짓이 아닌가.지금은 모든 주체가 변화 과정 속에 자신의 기대치를 낮추면서 갈등을 겪는 과도기로 보고 있다.

‘내가 이만큼 벌 수 있는데 왜 양보를 해야 되지?’라고 처음엔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논쟁을 하다 보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사회 전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내가 좀 양보를 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

선진국도 이런 과정을 겪었다. 우리가 경제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시장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해야 된다는 것을 전제로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반대해서 막을 수 있다. 그래도 내 일자리, 우리 아들·딸 일자리 만들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려면 민간·대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어떤 협력을 당부하고 싶은지?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게 상위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 이들을 이끄는 오너와 핵심CEO의 가치변화가 필요하다.

이들이 ‘선순환적인 고용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세계적 기업이 되고 이윤을 수 조원 남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런 가치에만 머물지 말고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이 제품을 만들는데 같이 땀과 노력을 해주는 사람이 누구인가’ 를 생각해야 봐야한다.

바로 고용생태계에 있는 2·3차 협력업체 근로자가 우리 제품을 만드는 일로 행복한가 고민을 같이 해 줘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 업종을 보면 2·3차 협력업체 근로자가 원청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3차 협력업체 직원은 원청보다 근로시간은 많고, 임금은 3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기업오너나 CEO는 1조원를 덜 벌더라도 제대로 된 납품대금을 주고 3차 협력업체 직원도 일을 통해 최소한 가정을 꾸리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최근 ‘능력중심사회’를 강조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은?

현재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이상적인 노동시장, 즉 상생이 이뤄지는 노동시장은 만들 수 없다. 임금체계를 개편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

대기업 노사는 ‘우리의 격차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는 상위 10%, 하위 10%의 격차가 4.7배나 된다. 굉장히 큰 수치다. 임금체계 개편을 거부하고 있는 공공부문·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중소기업은 50% 밖에 안된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 수준이다. 문제는 개선되기는 커녕 최근 2~3년 사이에 각각 2~3%가 더 나빠졌다는 점이다. 진짜 심각한 문제다.

획기적인 격차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 30대 그룹이 고용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소협력업체 근로조건 향상에 앞장서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특히 대기업·공공부문의 역할이 크다. 이들 근로자의 급여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다면 다같이 올려야 하지만 6대 업종(자동차, 철강, 정유, 조선, 금융, 공공)만 보더라도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높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좀 더 나은 분들이 조금 어렵더라도 이해를 해주는 문화가 중요하다. 임금인상을 자제해서 그 몫이 중소기업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반발 심하다. 공공기관 이은 민간 확대 가능성은?

임금 격차의 큰 원인 중에 하나가 호봉제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능력중심 인력 운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크다.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게 굳어져 버리면 대기업의 직접채용 일자리는 뼈대만 남는다. 일자리 창출력이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나, 르노삼성 등 성과연봉제 도입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노동시장 전체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작년에 비해서 2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의 아들·딸들의 문제다. 능력중심 인력운영에 대해서 노동계는 다른 여러 얘기를 하지만 ‘가야 될 길’이다. 지적 장애인 인권 향상에 평생을 바친 광주의 천노엘 신부님은 한 장애인의 묘비에 ‘우리 사회를 용서하시렵니까?’라고 썼다. 노·사, 정부, 정치권이 일자리를 늘리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5년후쯤 우리 아들·딸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