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고가 분양 '반포불패'는 청약률 뻥튀기?

  • 등록 2016-01-22 오전 6:30:00

    수정 2016-01-22 오전 9:31:39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신반포 자이 1순위 청약 경쟁률 37.8대 1입니다. 바야흐로 ‘반포 불패’인가요?”

지난 21일 오후 8시를 넘긴 시각. 잘 아는 부동산 전문가에게서 문자가 왔다. 분양가가 3.3㎡당 4290만원으로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신반포 자이’ 아파트가 서울 반포지역에서 최고 청약경쟁률을 찍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이 아파트 전용 59㎡A형은 23가구 모집에 총 2472명의 청약 통장을 쓸어 담으며 경쟁률이 무려 107.5대 1에 달했다.

벌써 말들이 많다. 탁월한 학군과 교통 요지에 맹모(孟母)를 자처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느니,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어 웅크렸던 투자 수요를 끌어들였다느니 하는 평가가 나온다. 급기야는 반포지역은 주택시장 한파도 비켜 간다는 이른바 ‘반포 불패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신반포 자이의 청약률이 부풀려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와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반포 자이의 최고 경쟁률을 일찌감치 예상했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그는 “MGM(권유 마케팅)으로 가구당 200만원을 걸었는데 청약률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반포·잠원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이 신반포 자이 아파트 청약을 권유한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분양대행사 등에 미리 넘겨주고, 이들 고객 중 당첨자가 나오면 사례금으로 200만원씩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153가구이기 때문에 총 상금이 3억 600만원이라는 농담도 더해졌다. 모델하우스 앞에서 진을 치며 방문객의 연락처를 집요하게 묻던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이 유독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가구당 200만원을 건 청약률 부풀리기 이벤트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더불어 반포 불패의 타이틀까지 부상으로 얻었다. 정보가 부족한 계약률 대신 높은 청약률로 포장된 분양 결과에 수요자들은 또 속고 말았다. ‘제2의 청약률 뻥튀기’를 막기 위해 계약률 공개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움츠러든 시장을 걱정하던 강남 재건축 후발 주자들에게 ‘상금의 비법’이 전달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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