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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이번 전시에 ‘실패의 기록’이란 부제를 달았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만난 건축가 오영욱(39)은 자신의 작품을 두고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제공모전에서 ‘꼴찌’를 기록한 조감도를 전시하기도 했다. 오 작가는 ‘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란 제목으로 오는 10월 3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건축계에 몸담아 왔지만 “딱히 건축가로서 이룬 성취가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약 8만부가 팔렸다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비롯해 7권의 여행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 게다가 선망하는 여배우와 결혼한 남자. ‘다재다능’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오 작가는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를 만들고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건축가 하면 밤새 설계도면을 그리고 건축모형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바쁜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오 작가의 이미지는 ‘바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생지도’나 ‘유토피아’ 같은 전시작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표현대로 ‘작은 눈’으로 세상을 두루 유람하는 여행자의 여유와 함께 작가로서의 치밀함도 보인다. 서울 녹지축 중 한 곳을 그린 ‘소배행도’는 북한산부터 관악산까지의 풍경을 7개로 나눠 촘촘하고도 세밀한 필법으로 그려냈다.
“사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하는 건 모두 건축을 잘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건축에서만큼은 계속 벽을 느낀다. 사람들이 생활하고 경험하는 공간이 다른 예술 작품처럼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건축에만 몰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해 결혼한 배우 엄지원과의 결혼생활을 묻자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는 걸 깨달았다”며 슬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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