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 용산구 한강변 주거지역과 용산역 일대 철도정비창 기지를 통합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이 끝내 휴지 조각이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연임으로 철도정비창을 그대로 두고 서부이촌동 일대 주거지를 우선 정비하는 ‘맞춤형 개발’의 추진이 확정돼서다.
박원순 캠프의 강희용 정책 대변인은 “부지 소유권을 놓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드림허브(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자)가 소송 중인 철도정비창을 빼고,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와 주택 단지들의 노후도 등 각각의 주거 여건을 고려한 개발 방안을 우선 마련하겠다는 것이 맞춤형 개발의 요지”라고 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연임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된 서울 서부이촌동 일대 노후 주거지의 ‘맞춤형 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서부이촌동의 한 골목에 지은 지 4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가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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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부이촌동 지역은 한강변 대림·성원·중산시범아파트와 이촌로에 접한 이촌시범·동원아파트, 북쪽 단독주택 단지(이촌동 212-2번지 일대), 남쪽 단독주택 단지(이촌동 203-5번지 일대) 등 총 7개의 크고 작은 블록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우선 개발 대상은 1970년 준공한 중산시범·이촌시범아파트와 1983년 지어진 미도연립, 낡은 집이 밀집한 남쪽 단독주택지다.
박 당선인은 먼저 도시 계획상 2개 권역으로 나뉜 서부이촌동의 주거지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계획이다. 과거 한강과 가까운 대림·성원·중산시범·이촌시범아파트와 미도연립은 옛 아파트지구, 철도정비창과 인접한 동원 아파트 및 남·북쪽 단독주택지는 용산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구분해 관리됐었다. 서울시는 현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두 권역을 하나로 묶는다는 방침이다. 새 지구단위계획에서 주거 여건이 열악한 중산시범·이촌시범아파트와 미도연립, 남쪽 단독주택지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다. 특별계획구역에 포함되면 기존 용도지역, 용적률, 건물 높이 등 세부 사항을 토지 이용 계획에 맞춰 새로 수립할 수 있다.
현행 용도지역상 이촌시범과 미도연립, 남쪽 단독주택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중산시범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해 법이 허용한 용적률(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 대비 땅 면적의 비율)이 최대 250~300%에 불과하다. 이곳을 용적률 최대 400%를 적용하는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주민과 협의해 세부적인 관리 계획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는 저층부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혼합한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한강변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15층 이하로 제한한 서울시 방침에 맞춰 신축 건물 총 4개동(평균 15층) 중 1개동은 30층 높이의 타워형, 나머지는 10층 이하로 건립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블록별 주민 협의체와 간담회를 열고 연내 개괄적인 개발 계획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내놓을 예정인 새 지구단위계획에도 반영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대림·성원아파트 등 비교적 양호한 주거지는 향후 5년 단위로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면서 관리 방안을 구체화 및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총괄계획가인 신중진 성균관대(건축학과) 교수는 “낙후된 서부이촌동 생활권을 회생시켜 자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통경축(조망권 등을 확보하기 위한 열린 공간) 등 공공성을 고려해 향후 철도정비창이 개발됐을 때 배후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