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상담에 대한 편견을 떨치기 위해, 지난 10일 본지 기자가 직접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홍진표 교수로부터 본인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검진 및 상담을 1시간가량 받았다. 아직은 정신과 의사와 단순한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규정되는 만큼 취재를 전제로 한 상담을 신청했다. 검사 전 기자는 “살아오면서 입사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 외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개발해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제진단면담 도구(Composite International Diagnostic Interview·약자 K-CIDI)로 이뤄졌다. 총 25개의 주요 정신질환 진단을 위한 역학조사용 면담도구다. 면담자가 설문지에 정해진 문항대로만 묻게 돼 있어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6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도 이 도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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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결과는 의외였다. 남 얘기처럼만 들렸던 우울증 증세를 기자도 심하지 않았지만, 일부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대학 졸업 후 백수 시절, 입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상을 보인 것. 당시 언론사 시험에서 수차례 떨어지자, 우울한 기분과 상실감이 상당기간 지속됐다. 잠도 충분히 못 자 새벽에 일찍 깬 적이 많았고,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무기력하고 피곤한 적이 많았고, 특히나 기타연주 등 평소 좋아했던 취미마저 흥미를 잃기도 했다. 물론 취업 후 이런 모습은 서서히 사라졌다.
홍 교수는 “다행히 취업과 동시에 우울증이 저절로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만큼 그땐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전문 상담을 받는 등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우울증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결과”라고 말했다.
과거 교통사고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일부 있었다. 기자가 최근 운행 중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목격하면서 잠재된 과거의 교통사고 스트레스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운전을 할 때 앞차가 갑자기 비상등을 켜거나 정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땀이 나거나 몸이 떨리는 등 과민반응이 나타났다. 다만, 평소에 짜증을 많이 내고,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한 상태는 아니다. 홍 교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고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사건을 회피하려는 증세가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다만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때 일부 불안감을 느끼는 재체험 증상 정도는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전국민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이 실시된다. 취학 전에는 2회, 초등생 2회, 중·고등학생 각 1회, 20대 3회, 30대 이후 연령대별 각 2회씩 이뤄진다. 시간과 예산 문제로 면담을 통한 K-CIDI 검사보다는 우울증 선별 검사(9-item Patient Health Questionnaire·약자 PHQ-9)가 주로 이용될 전망이다. 이외 아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검사, 성인은 알코올중독 검사 등이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검진도구를 우편으로 개인에게 발송하면, 이를 기재해 회신하는 방식이다.
홍 교수는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내년부터 전국민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한다”면서 “정신질환자의 범위도 입원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축소되는 만큼 자신의 정신건강상태를 검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전문의 상담을 받는 등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인식 수준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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