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의 강고집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을 닫았다.
제41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중인 강 장관이 5일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강 장관은 전날 합의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추진방안의 의미 등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자연히 국내문제로 모아졌다.
전국적으로 들끓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강 장관은 예상했다는 듯이 "한국을 떠난지 오래 돼서 잘 모르겠다.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준비한(?) 답변을 내놨다.
추경과 금리정책, 환율정책 등 강 장관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혀온 주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역시 작심한 듯 답변을 피했다.
"재정긴축 또는 균형재정을 중시해 온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세계 각국에 대해 '경기둔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촉구했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쪽으로 가다가 IMF의 요청에 따라 적자재정으로 가는 쪽으로 지금 추세는 바뀌고 있다. 엄청난 변화다. 우리도 IMF에 동의해 감세와 추경을 하자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그렇다면 우리는? 감세, 추경, 세금환급, 감채(국가채무 상환) 네 가지중 무엇이 가장 좋으냐"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려다 "정치적 상황이..."라며 다시 입을 닫았다.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문제에 관해서도 그는 과거 뉴욕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어느 교수의 강의내용을 인용하면서 애둘러 뜻을 밝혔다.
그의 화법 역시 '직선'에서 '스네이크 스타일'로 바뀐 셈.
그러면서 언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금리정책을 묻는 질문에 그는 "미국 정도의 언론환경이면 충분히 얘기하겠는데, 우리 환경에서는, 특히 오늘처럼 한국은행 출입기자들 앞에서는..."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내 뜻이 전달되기 보다는 여러분의 뜻을 전달하는데 내가 도구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옛날방식을 쓰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올드보이, 올드웨이(old boy, old way)'라고 하더라. (내 말을) '올드이어(old ear)'로 들으면 참 이야기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장을 일어서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안그래도 말 많은 사람이 마드리드까지 와서...부탁합니다. 오늘 환율과 금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걸로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