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 중 이란,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의 경우 오히려 최근 원유 공급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결국 향후 감산량의 일부 상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감산 여파도 시장 예상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는 지난 3일 내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예고했다. OPEC+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전 대비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해온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는 3월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다 합치면 전 세계 수요의 약 3.7%에 해당하는 하루 366만 배럴이 줄게 된다.
다만 이에 대해 고 연구원은 “이번 감산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더 강한 상황”이라며 “전체 13개 OPEC 회원국 중 7개국이 감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을 살펴보면 사우디나 UAE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전체 생산량의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1분기 중단했던 전략비축유 방출이 2분기 2600만 배럴 규모로 예정되어 있는데 현재 90%에 근접하게 올라온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까지 감안한다면 재고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를 가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언급된 경제 하방 위험과 완만한 침체 전망, 최근 미국 경기사이클 지표들의 부진 등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경우 공급 측면에서의 우려보다는 향후 원유 수요가 억제될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는 게 고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 원유 수요 회복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전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그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우랄유를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별 러시아 원유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외 지역 비중이 서방 제재 이후 꾸준히 늘어났으며 현재 전체 90% 가량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미국의 수요 전망은 현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한적일 OPEC+의 감산 여파와 현재 미국의 높은 재고 수준까지 감안해본다면 현재의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