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은 환경인증도 못받나? 선택은 소비자 몫”

한승길 에코매스 대표 인터뷰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 2024년 인증 만료
친환경 인증 없어지면 소비자 유해물질에 더 노출될 것
사탕수수 활용해 플라스틱, 종이 등 다방면 활용
‘세포 배양 일회용 백’ 생산 돌입…부가가치 높아 수익성 기대
  • 등록 2023-03-08 오전 7:01:34

    수정 2023-03-08 오전 7:01:34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환경부가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에 대한 인증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유해제품에 더 노출될 것이다.”

한승길 에코매스 대표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걸이와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든 종이 포장재를 들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7일 인천 서구 도담로 에코매스 본사에서 만난 한승길 에코매스 대표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대표는 “정부의 일회용품 저감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일회용품 사용여부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가 목표로 한 ‘2027년 녹색산업 100조 누적 수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생분해 플라스틱 산업도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바이오 플라스틱 분야 한 우물만 판 전문가다. 에코매스는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정제하고 남은 폐당을 100% 활용해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양산에 성공한 국내 최초 기업이다. 인증조차 없었던 2013년 환경부의 바이오매스 합성수지(EL 727) 인증을 만드는 일도 주도했다. 이후 삼성전자(005930), 스타벅스코리아, 이마트(139480) 등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회사를 성장시켰다.

에코매스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으로 위생장갑, 랩, 지퍼백, 빨대, 텀블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제품은 모두 친환경 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이지만 환경부가 2021년 일회용품 근절을 이유로 개정고시를 발표하면서 더 이상 인증 연장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현재 남아 있는 인증도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환경부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에 인증을 주지 않는 것은 재활용이 쉽지 않아서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섭씨 58도·습도 70% 등 조건에서 생분해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국내는 매립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퇴비화 시설도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올해 독일에서 열린 암비엔테 소비재 전시회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주목을 받았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은 깨알같은 규제가 많아서 산업 생태계가 클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바이오플라스틱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04억6200만달러(13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21.7%로 성장해 2025년에는 279억690만달러(36조3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승길 에코매스 대표가 바이오 플라스틱을 원재료로해서 만든 비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에코매스는 100%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종이도 만들고 있다. 이 종이는 나무펄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산림보호 효과가 있고 표백공정을 거치지 않아 물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현재 복사용지부터 포장재 등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한 대표는 “에코매스 제품은 다이어리, 종이완충재 등에 쓰이고 최근에는 컬리에서 식품 포장재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코매스는 수익 확대를 위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인 ‘세포 배양 일회용 백(Bag)’ 제조에 나섰다. 기존 비닐과 달리 탄소저감형 바이오매스 폴리에틸렌 원료를 사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사업으로 승인받으면서 5년간 48억원의 투자를 받게 됐다. 한 대표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사용하는 백신, 치료제를 만드는 일회용 백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바이오 플라스틱 업체의 안정적인 사업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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