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도의 우울감, 정동장애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까지 받았지만, 가해 학생은 사건에 대해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다니는 등 반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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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곳에는 B군과 일행 3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B군은 A양에게 음주를 강요했다고 한다. 함께 있던 A양의 친구 C군은 그날의 상황에 대해 “A양은 술을 안 마신다고 했었는데도 ‘이거 다 안 마시면 이 방에서 못 나간다’라고 말하면서 계속 술을 먹였다”라고 기억했다.
A양의 어머니는 막내딸의 전화를 받고 ‘언니가 암만해도 무슨 일을 당하는 거 같아’라는 말에 놀라 A양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러나 A양의 전화를 받은 것은 한 여자였다. 그는 ‘A양을 옆에 안고 있는데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도착한 A양의 어머니는 B군을 포함한 남학생 10여명을 마주했다. A양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자 B군은 범죄 증거를 없애려는 행동을 보였다고 했다.
결국 B군은 특수절도 혐의에 연루된 상태에서 성폭행 혐의가 추가돼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됐고 지난 2월 소년보호처분상 두 번째로 강력한 6개월 미만 소년원 송치인 ‘9호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양의 어머니는 처분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그 소년부 사건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재판 당일에도 재판정 입장이 금지돼 복도를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법원 직원이 귀띔해주어 간신히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이후 A양은 병원을 오가며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어머니는 “(아이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주먹으로 벽을 치면서 끌어내리려고 해도 나오질 않았다. 불을 켜면 울고 소리 지르고. 그러다가 어느 날 보니 팔에 자해한 흔적이 있더라”고 말했다.
또 “‘엄마, 차라리 나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내가 살아 있는 게 더 힘든 것 같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 심정을 어떻겠냐”라며 울분을 삼켰다. A양은 병원에서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가해 학생의 지인들이 연락오면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반면 B군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A양이 사는 경남 진주 시내에 있는 또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규정을 보면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가급적 5km 밖’으로 전학을 가야 하는데 해당 학교는 약 6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규정상 문제는 없다. 학교폭력 예방법 역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어겨도 교육 당국이 취할 조치는 없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학교 폭력 신고를 다시 해서 그 아이가 그런 2차 피해 3차 피해가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A양의 동생은 B군에 대해 “그냥 뭐 숨기는 것도 없고 자기 잘난 것처럼 SNS도 올리고 자기가 평소 하는 대로 지내고 있다”라며 “밖에서 ‘자기가 (소년원에서) 나왔다’ 소리 지르고 다니고 친구들한테는 ‘그냥 어떤 애의 인생을 망쳤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다녔다”라고 했다.
A양 어머니는 “(신고) 할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해야 된다. 그러면 잊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이건 끄집어내는 거밖에 안 되는 거다”라며 “가해자가 우리 아이한테 하는 2차 3차 그 피해보다 이게 더 2차 3차 피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