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성토의 장 된 동원산업에 무슨 일이[금나와라 뚝딱]

동원산업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동원엔터 가치↑ 동원산업 가치↓
대주주 지분율↑ 개미 1250억원 손실 전망도
  • 등록 2022-04-23 오전 10:11:46

    수정 2022-04-23 오전 10:11:46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동원산업(006040)의 기업 가치를 박살 내놓고 대주주만 좋은 합병…신규 매수자는 어떻게 하나요?”

최근 동원산업이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자,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이같이 울분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작스런 합병 소식에 주가 상승은 기대난망이 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동원산업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합병 시너지 나기도 전에 주가 ‘뚝’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을 위한 주권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지난 7일 접수했습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합병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만해도 동원산업은 26만8000원으로 올해들어 최고가를 터치했습니다. 하지만 합병 발표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매매거래정지가 풀린 지난 11일 주가는 전 거래일대비 15.47%나 하락한 22만4000원을 터치했습니다.

최남곤 유안트증권 연구원은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동원산업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상장법인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IT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회사를 거느린 사업형 지주회사입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조6030억원, 영업이익은 5087억원, 지배순이익은 233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최대주주는 김남정 부회장(68.27%)과 김재철 예회장(24.5%)입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 99.56%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참치통조림으로 유명한 동원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8020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연결기준)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입니다.

이사회에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1대 3.838553으로 결의됐습니다. 동원산업을 약 9000억원대로 평가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를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일각에서는 동원산업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유리하도록 산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이 동원산업의 지분을 48.4%,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17.4%를 보유하게 됩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20.3%)까지 더하면 지분율은 86.1%로 유동주식비율은 합병 이전 보다 축소된다”며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이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코리아디스카운트 우려…법정다툼 예고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028260), SK C&C와 SK(034730) 간 합병 사례와 비슷한 형태의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봤습니다. 이들 기업의 합병 후유증은 상당 기간 증시에 남아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실망한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 증시를 떠나며 국내 증시는 암흑기를 걸어야 했습니다.

최남곤 연구원은 “오너가 보유한 법인과 그룹의 핵심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간의 합병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번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의 경우 비상장법인과 상장법인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페이퍼컴퍼니인 지주사가 우량 상장 자회사에 흡수합병되는 이례적 거래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합병비율 산정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합병 비율을 적용하면 동원산업 주주 지분율이 4.5%가 줄어 1250억원대 손해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5% 넘게 상승해 1400억원 이상이 기대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원산업은 시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대립은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거로 보입니다. 포럼 측은 앞으로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려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번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됩니다. 또 미국 1위 참치통조림 기업인 스타키스트(StarKist Co.)와 동원로엑스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은 자회사로 지위가 바뀝니다. 대표이사는 동원산업 이명우 사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박문서 사장이 각각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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