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하루 전 서구청에 제출한 지난해 4분기 감리보고서를 보면 감리단은 ‘공정, 시공, 품질, 안전관리 등이 보통 이상의 평가기준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부실 시공을 감시해야 하는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감리자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당 감리자를 감독하는 공공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리제도 강화됐지만..현장서는 유명무실
현행 주택법 44조 3·4항에 따르면 감리자는 위반 사항을 발견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시공자 및 사업주체에게 위반 사항을 시정할 것을 통지하고, 7일 이내에 사업계획승인권자에게 그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이어 시공자 및 사업주체는 즉시 해당 공사를 중지하고 위반 사항을 시정한 후 감리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감리자에게 ‘공사 중지’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부실 감리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지난 2014년 부실 감리자의 형벌 기준을 1년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고(주택법 102조11), 사업계획승인권자가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사항을 발견한 경우 감리자를 교체하고 1년 범위에서 감리업무 지정을 제한토록 했다(주택법 제43조2항). 나아가 행정기관의 장에게 등록말소·면허취소·자격정지·영업정지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주택법 47조).
하지만 감리자의 권한과 책임 강화에도 감리자가 현장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감리자에게 공사중지 명령권이 있지만 자칫 그에 따른 불이익이나 손해에 따른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명백한 부실 시공이 있지 않는 한 감리자가 선뜻 문제 제기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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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신영철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관급공사와 달리 민간공사의 경우 관할관청이 공개입찰을 통해 감리업체를 산정하지만 결국 계약은 발주자인 시행사와 하고 감리 비용도 시행사가 부담한다”면서 “감리업체가 시행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공사가 자체 개발하는 경우에는 시공사가 실질적인 갑”이라면서 “갑을관계를 청산하려면 아예 계약도 관할관청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역시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 개발사업이었다. HDC그룹 계열사인 HDC아이앤콘스가 시행을 맡아 아파트 부지를 매입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이 HDC아이앤콘스와 시공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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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마저도 ‘있으나 마나’하다. 실제 화정 아이파크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광주 서구청 주택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 등 관계기관에서도 불시점검을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붕괴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공동주택 품질관리단도 실질적인 책임이 없는 일종의 자문단과 같다.
이에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를 의무화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광주 철거 붕괴 사고 이후 올해 1월부터 인구 50만명 이상의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감리보고서가 제대로 쓰였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해당 지역내 일정한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감리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책임질 수 있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전반이 안전 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리업체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통합 감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품질, 안전, 환경과 시공 등을 분리 발주하는 등 감리자 책임을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회계감사의 경우에도 신 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표준감사시간 등으로 기업들의 부담은 커졌지만 회계 투명성만큼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건설업체도 감리 업무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안전 투자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