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뭐 사지]③재택으로 사라진 오피스룩

명품 열에 여덟은 2020년 매출 급감..LVMH도 11%↓
팬데믹으로 여행, 출근, 사교 따위 단절된 여파 커
`백팩` 투미와 `예복` 휴고보스 카운터 펀치로 휘청
  • 등록 2022-02-01 오전 10:30:00

    수정 2022-02-06 오전 9:41:15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코로나19는 날고 기는 명품조차 견디기 어려운 변수였다. 셧다운으로 공장이 문을 닫아 생산량이 줄었고 매장이 문을 닫아 판매가 여의찮았다. 국경 봉쇄로 국제 여행객이 감소한 영향도 아팠다. 해상과 육상 물류가 막히면서 유통망도 타격을 받은 게 아팠다.

투미 백팩
1일 글로벌 유력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명품 시장 보고서(Global power of luxury goods 2021)를 보면, 2020년 판매액이 전년보다 늘어난 명품 브랜드는 전체 100개 가운데 19개에 불과했다.

81개는 매출이 감소했는데 62개는 판매액이 10% 넘게 줄어 타격이 컸다. 명품 1등 천하의 LVMH사조차도 이 기간에 판매액이 11% 빠졌는데 카테고리 가운데 향수와 코스메틱 매출이 23% 급감한 것이 눈에 띈다. 외출과 관련이 깊은 상품군이다.

판매액 상위 7위에 오른 에슬로룩스티카(EssilorLuxottica)도 매출이 20% 감소한 것은 같은 흐름이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패션 아이콘 라이방과 기능성 아이웨어 오클리 등인데 이들 수요가 코로나19를 거스르면서까지 일어나기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고전 속에서도 판매액이 10% 이상 증가한 명품도 있으나 3개에 불과했다. 캐나다 구스(Canada Goose)사와 록시땅(L’Occitane), 파페치(Farfetch)가 주인공이다. 이들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것이 주효해 판매액 감소 여파를 피해 갔다.

그러나 일부는 회계연도 기준을 3월로 잡고 있는 게 변수다. 4분기(우리로 치면 1분기·1~3월)만 실적이 반영된 탓에 온전하게 10%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평가하기는 부족하다.

남성복의 기준, 남성의 로망이라는 칭호를 받는 브랜드 휴고보스.(사진=휴고보스)
개별 브랜드로 보면 샘소나이트의 투미(TUMI)와 휴고보스는 숨이 턱 막히는 타격을 입었다.

투미는 2020년 판매액이 전년보다 58% 급감하는, 그야말로 날개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투미의 주력이 여행용과 사무용, 라이프스타일용 ‘가방’에 집중된 탓이 컸다. 여행을 가지 않으니 케리어를 살 리가 없고, 회사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 근무하느라 직장인 필수품 ‘백팩’이 소용없어진 것이다.

예복 명가(名家)로 일컫는 휴고보스도 같은 기간 판매액이 32.5% 쪼그라들었다. 예와 격을 갖춰야 하는 사교 모임과 행사가 축소하거나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여파로 글로벌에 있는 휴고보스 매장 1000여곳 가운데 200여곳이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현상은 PVH사의 약진과 함께 볼만하다. 이 회사는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액이 늘어난 회사다. 2020년 판매액이 3.8% 증가해 순위가 예년보다 한 계단 오른 상위 8위에 올랐다. 캐주얼 브랜드 캘빈 클라인과 토미 힐피거를 주력으로 가져서 판매가 뒷받침한 결과로 해석된다.

딜로이티 보고서는 “팬데믹으로 촉발된 복장의 캐주얼화가 글로벌 의류 시장에서 트렌드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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