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은 평가하기 애매하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상당히 연계돼 있어서다. 굳이 평가한다면 ‘C학점’을 주겠다. 정치금융 폐해가 드러났다. 정치권이 금융에 많이 개입하면서 시장논리가 먹혀들지 않았다.”
|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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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금융당국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신용을 공급하고 롤오버(만기연장)에 나서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기간 역대급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이 상황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잘못됐고 그 와중에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다며 금융당국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면서 “문제의 배경에는 실패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부동산 정책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5년 정치금융 사례로 2023년 이후로 연기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양도소득 과세와 부분 재개에 그친 공매도 재개 문제 등을 거론했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강도높게 추진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관련해 사실상 속도조절론으로 브레이크를 건 청와대와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고 역사적으로 봐도 어떤 경제·금융위기든 단초가 된 것은 과도한 부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정상화 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역시 상당히 차단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 이사장은 “과잉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과정은 불가피하게 고통이 따른다. ‘한 위기의 종말은 다음 위기를 잉태하는 시점’이라는 말이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통화든 재정이든 돈을 풀어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기면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제때 흡수하지 못하면 무리한 부채로 남아 다음 위기를 만들어내는 배경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국이 일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는 당시 책임자의 역량 이전에 얼마만큼 책임자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의 문제”라며 “과거에 (내가) 일을 할 때는 금융관련 업무는 당국에 맡기는 분위기였고 그것이 올바른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전 이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