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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는 게 삼성 걱정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적시에 반도체에 투자했고, 최초는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은 언젠가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1등을 하고 있으며, TV·냉장고·세탁기 등의 가전도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실적은 매 분기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 역시 빠짐없이 챙기고 있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사업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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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기 맞은 스마트폰 시장…심상치 않은 움직임
‘여전히 1등인데 점유율이 1~2%포인트(p) 떨어진 것이 대수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리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매출이나 이익의 성장만큼 점유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누구나 다 사용할 소비재의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삼성폰 사용자가 앞으로도 계속 삼성폰을 쓸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대표가 시장점유율을 ‘생명’에 비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고 대표는 2019년 8월 언팩 행사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한테 시장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은 ‘인격’이다”라며 “생명과 인격은 둘 다 지키는 게 맞지만 어느 것이 우선순위냐고 하면 생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폰은 2011년 이후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은 최근 지지부진합니다. 2012~2013년도에는 30%를 웃돌았던 점유율은 2020년을 전후로 20%를 밑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2018년부터 전년대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과 특정 회사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새로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들이 예전에 비해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는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대표적으로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폰의 ‘파이’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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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술력·경쟁력 훌륭하지만 적(敵)들도 만만치 않다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60~70%에 달합니다. 이들 신흥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선진시장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인구가, 특히 젊은 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잠재력을 확보한 셈입니다.
삼성도 피처폰과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에는 노키아와 애플 등의 선두 업체를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워’로 시작했습니다. 후발주자의 이점을 백분 활용해 빠른 속도로 따라잡은 끝에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이지요. 한발 늦게 시작해 1등의 자리까지 오르는 것은 힘든 여정이었을 테지만, 삼성만이 할 수 있다고 자만할 수만도 없는 일입니다.
‘스마트폰의 원조’ 애플의 태세 전환도 눈 여겨 볼 부분입니다. 애플이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의 새로운 운영체제(OS)인 ‘iOS14’는 안드로이드와 매우 유사한 인터페이스로 변화했습니다.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도 삼성폰과 구글폰까지 확대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지요. ‘아이폰11’부터는 출고가를 전작에 비해 낮춰 잡는가 하면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를 출시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모두 만드는 회사로서 끊기지 않는 사용 경험과 애플 기기간 높은 연동성을 자랑합니다. 삼성은 물론 여타 경쟁사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HW와 SW가 내는 시너지는 한번 애플 생태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나갈 수 없는 매력으로 꼽힙니다.
1등의 자리는 오른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고, 시장의 격변기엔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시기가 삼성에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