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1심 유죄 '세월호 사찰' 기무사…이번엔 무혐의?

최근 특수단, 기무사 세월호 사찰 '무혐의'
앞서 軍 법원 1심서는 4명 모두 유죄 판단
정치 댓글 사건도 주요직위자 5명 실형
단, 계엄 문건 작성 혐의는 '무죄' 선고
  • 등록 2021-01-24 오전 9:36:52

    수정 2021-01-24 오전 10:34:4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기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정치개입, 민간인 사찰과 같은 불법행위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

2018년 9월 1일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를 대체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 창설식에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훈시 내용입니다. 송 장관은 “6.25전쟁 당시 창설된 특무부대로부터 방첩부대, 보안사와 최근 기무사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부대들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군의 정치개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며 “국민의 신뢰는커녕 지탄과 원망의 대상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기무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 등 이른바 ‘3대 불법행위’에 연루된 인원들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됐고 관련 수사에서 주요 직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찰 혐의 유죄 4명, 1명은 1심 중

이에 따라 ‘세월호TF’라는 조직을 만들어 유가족 사찰을 지휘·감독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기무사 간부 4명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습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광주·전남 지역 관할 610기무부대장이었던 소강원 소장은 2019년 12월 징역 1년을, 당시 안산 지역 관할 310기무부대장이었던 김병철 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이들이 직무상의 권한을 이용해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입니다.

소강원 소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김병철 준장은 참모장의 지시를 받아 유가족 사찰 행위를 지시했다는 점과 부대원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인정받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2020년 9월 이뤄진 2심에서도 1심과 똑같은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정문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당시 소강원 부대장 등에게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손정수 대령(세월호TF장)과 박태규 대령(세월호TF 현장지원팀장)에게도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이들이 직무 권한의 행사를 통해 부대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들의 지위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공모관계도 인정되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20년 4월 1심에서 손 대령은 징역 1년 6개월, 박 대령은 징역 1년을 받았습니다.

손 대령과 박 대령에게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김대열 소장(당시 기무사 참모장)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김 소장 등 기무사 부하들에게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돼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사령관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특수단 “권리행사방해 인정 안돼”

그러나 최근 세월호 참사를 다시 수사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기무사 간부들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인정됐던 혐의가 검찰 재수사에선 왜 인정되지 않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이는 기존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 의혹 수사와 이번 특별수사단의 수사 내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심이 유죄 판단을 내린 직권남용죄가 아니라 유가족이 추가로 고소한 권리행사방해죄를 수사했다는 얘기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무사 간부들에 대한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사찰 내용을 보고받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기무사 간부 등 18명을 고소했습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임무가 아닌 일을 지시한 ‘직권남용죄’와 타인의 권리를 방해한 ‘권리행사방해죄’로 구분됩니다.

유가족들은 사찰 과정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한 것인데, 특별수사단은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입니다. 일부에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이 ‘누명’을 벗었다고 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해석이라는 얘기입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정치댓글 사건 5명도 ‘유죄’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과 더불어 기무사의 정치 댓글 연루 주요 직위자들도 1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습니다. 우선 이명박정부 시절 기무사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2019년 2월 1심에선 징역 3년을 받았지만, 지난 21일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받았습니다.

배 전 사령관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댓글 공작 조직인 ‘스파르타’를 운영하면서 당시 여권 지지나 야권에 반대하는 정치 관여 글 2만여건을 온라인상에 게시토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아이디(ID) 수백개의 가입자 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청와대 요청으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수십회 녹취해 보고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기무사 대원들을 동원해 여권 지지나 야권 반대 성향의 웹진(인터넷 잡지) ‘코나스플러스’를 45차례에 걸쳐 제작한 혐의도 있습니다.

이같은 범죄 사실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기무사 보안처장과 사이버첩보분석과장 등 예비역 대령 2명은 1심에서 징역 2년~1년 6개월을 받았습니다. 실무자였던 중령 2명 역시 1심에서 각 징역 1년을 받았습니다.

계엄문건은 무죄…‘유야무야’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 사건은 관련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한때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사건의 결론이라고 하기에 ‘황당한’ 수준입니다.

당시 재판의 피고인은 계엄 검토 시기 기무사 3처장이었던 소강원 소장, 기무사 수사단장이었던 기우진 준장, 방첩정책과장이었던 전 모 중령 등입니다. 이들의 혐의는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공전자기록등위작 등입니다. 계엄문건 작성 업무를 은폐할 목적으로 가짜 이름의 TF를 만들었는지, 또 이 문건을 의도적으로 ‘훈련 비밀’로 등록해 감추려 했는지를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무사에서 이같은 계엄문건을 생산하는 게 적법했는지를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검찰이 이들을 재판에 넘길 때 은폐 시도와 관련된 혐의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기무사 계엄 문건의 위법성과 관련된 논란은 일단락 된 듯 합니다. 계엄 검토를 지시한 ‘핵심 인물’인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현재 미국으로 도주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계엄 문건의 불법성 등에 대한 법적 판단을 추가로 진행할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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