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도 높아졌지만, 이럴때 이론상 강세를 보여야하는 안전자산 금값은 되레 하락세다. 지난달 2000달러를 훌쩍 넘겼던 금 값은 어느새 1800달러 대로 내려왔다. 은 값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가는 투자자 현금화 수요와 달러 강세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2021년 글로벌 리플레이션 전환 기대는 여전한 만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COMEX 기준, 단위 달러(출처=마켓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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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KODEX 골드선물(H)’은 지난달 말 대비 -5.55% 하락한 1만28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월 기준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S&P GSCI Gold Index Total Return’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역시 금 선물 가격에 연동돼 움직이는 ‘TIGER 골드선물(H)’도 같은 기간 -5.63% 하락하면서 이날 1만3660원에 마감했다.
금 시세가 그만큼 하락했기 때문으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10월 인도분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말 대비 지난 25일 기준(현지시간) -5.58% 하락한 온스당 1857.8달러로 마감했다. 함께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국제 은 가격은 같은 기간 -19.01% 하락해 온스당 23.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만 해도 금은 2000달러를 넘어섰고, 은도 30달러를 넘봤지만 한 달새 상황이 반전됐다.
달러 인덱스 상승과 투자자의 차익실현에서 이유를 찾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확산되고, 대선을 앞둔 미국 정국이 혼란을 겪으면서 달러 인덱스(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지수)는 상승 반전했다. 지난 8월 31일 92.13포인트까지 떨어졌던 달러 인덱스는 94.68포인트까지 올라왔다. 원자재는 주로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값이 떨어지는 쪽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많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보다는 지난 3월과 같은 투자자 현금화 수요로 볼 수 있다”면서 “금 가격 대비 은 가격 하락폭이 큰 점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지속 하락 현상) 재현 공포로 인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후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부양책 지연 등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란 경계심은 여전하지만 내년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났지만 심한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 전환 기대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귀금속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만큼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황 연구원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후보 첫 TV 토론, 양 당 간 신규 부양책 협상 등이 단기 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면서 “달러 방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