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안정됐지만…'동전주' 된 ETN에 개미만 손실

‘원유 대란’에 샀다면 손실율 -80~90%
괴리율 잡았지만 느린 유가 회복
증권사 LP 평가는 ‘好’, 위반 종목 적출만
  • 등록 2020-08-04 오전 1:30:00

    수정 2020-08-04 오전 7:08:18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때 열풍이 불었던 원유 ETN(상장지수채권)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기준 원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후반에서 40달러 초반으로 안정되고 거래 정지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괴리율은 잡혔지만, 여타 원자재와 달리 원유 가격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간 변동률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의 특성 등으로 인해 손실 만회는 요원한 상태다. 이 가운데 발행사이자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는 등급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TN 특성 모르고 ‘묻지마 투자’했다면 ‘낭패’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전거래일 대비 5원(-1.33%) 하락한 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S&P GSCI Crude Oil 2X Leveraged TR Index’의 수익률을 추적하는 ETN으로 지난 4월6일에는 거래량이 1억9116만주까지 치솟았지만 이날 거래량은 690만주에 그쳤다. 지난 4월에는 WTI가 사상 최초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가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감산 합의 등으로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 원유 레버리지 ETN를 매수했던 ‘개미’들이다. 지금까지 쥐고 있다면 손실률은 80~90%에 달한다. 거래량이 폭발했던 4월6일 괴리율(지표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은 51.36%로, 실제 가격인 지표가치는 2408원에 불과했지만 시장에서는 3645원에 거래됐다. 처음부터 비싸게 산 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등에서의 원유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것이다. WTI는 현재 40.27달러(현지시간 7월31일 기준)로 연초 61.18달러 대비 66% 정도다. 괴리율이 진정됐음에도 삼성·신한·QV(NH투자증권)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모두 500원 미만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 2X 상품은 투자 기간 동안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수가 아닌 일 단위의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수를 추종한다. 레버리지의 경우 상승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더 많은 손익이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일간 변동성이 워낙 컸던 탓에 유가가 어느 정도 회복된 정도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 4월 초 20달러 초반이었던 유가가 40달러까지 올라왔지만 ETN 가격은 당시 보다 훨씬 낮게 거래되고 있다.

즉 오래 쥐고 있다가 상승 모멘텀을 만나기도 하는 주식과 달리 원유 ETN이 회복되려면 꾸준한 유가 상승 흐름밖에 없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평가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부터 OPEC+(산유국 연대체) 감산 규모가 줄어들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드라이빙 시즌의 원유 수요 증가 효과가 덜 나타나고 있다”면서 “유가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원유 ETN 대란, 증권사는 책임 피해

비정상적인 거래로 개미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부터 괴리율이 100% 이상인 ETN은 조기청산(상장 폐지) 될 수 있는 새로운 상장 규정 시행에 돌입했다. 오는 9월 7일부터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ETN 매수시 1000만원의 예탁금 설정 등도 추가된다. LP 평가도 10월부터 평가 제도도 개편된다.

다만 최근 발표된 거래소 ETN 2분기 LP 등급 평가에 따르면 LP들은 지난 1분기 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았다. 지난 1분기는 가장 낮은 F등급을 받은 증권사가 1곳(NH)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두 C등급 이상이다. KB증권이 A등급, 대신·미래에셋·삼성·신한·하나·한투는 B등급, NH는 C등급을 받았다. ETN은 △정상 괴리율 6%를 넘는 거래일이 분기별로 20일 이상이고 △분기 평가에서 결과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받으면 거래소는 LP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LP가 지표 가치보다 더 비싸게 팔아 치웠지만 책임은 피해간 것이다. 거래소 측은 “이번 등급 평가는 LP가 유동성을 공급한 전체 종목에 대한 스프레드율, 호가수량, 호가 적극성 등을 고려한 종합 평가”라고 설명했다.

대신 원유 레버리지·인버스 2X ETN 6종을 위반 종목으로 꼽았다. 다음 3분기 평가에서도 위반 종목으로 적출되면 LP 교체를 요구할 수 있지만 현재 유가의 안정적인 흐름으로 볼 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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