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고작 6일이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근거법률인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지난달 22일)된 이후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이다.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조건으로 고용유지와 이익공유 등을 부과하고, 그러면서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양쪽의 목적을 동시 달성하는 묘수를 발휘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애초 정부는 지난달 22일 기금 조성 발표 때 미국과 독일의 구체적 사례를 예로 들며 ‘고용안정과 이익공유’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실제 산은법에선 “일정 수준의 고용유지를 위해 근로자와 경영자가 노력한다”는 말로 완화됐다. 산은법 시행령에도 구체적인 고용유지 조건 조항은 빠졌다.
정부 지분취득으로 ‘국유화 논란’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나서 “기금을 투입해도 기업 경영권에는 개입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정 조건(자본감소 또는 회생절차나 워크아웃)에선 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이 들어간 산은법 시행령이 6일 나왔다.
속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요구사항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넣은 이유가 크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기금운영위원회 구성도 다소 아쉽다. 시행령을 보면, 위원회 위원들은 국회 추천자 2명과 정부부처 추천자 5명(기획재정부 장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고용노동부 장관·금융위원회장·산업은행장 각각 1명 )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외부통제 등을 위해 각 부처 공무원이 아닌 민간 전문가로 위원을 구성키로 했지만, 이들이 추천기관의 의사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처음부터 민간부문에서 추천자를 받아 기업과 시장의 목소리를 부담없이 낼 수 있도록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고용안정이라는 기금조성 취지를 달성하며 자금지원 제약요인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 균형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보다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