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 쪼개질라”…일품진로 18년산 ‘제작비밀’은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가보니
美수입 중고 오크통서 18년간 숙성
오크통 자리 바꿔주고 철테도 교체
오는 2024년 ‘25년산’ 선보일 전망
  • 등록 2018-11-19 오전 5:45:00

    수정 2018-11-19 오전 5:45:00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내 목통숙성실.(사진=하이트진로)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없어서 못 판다”는 ‘일품진로 18년산’이 병입 작업을 앞두고 숙성조의 밸브를 열자 ‘콸콸콸’ 흘러나온다. 귀한 소주(증류식 숙성주)인 만큼 한 방울이라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손으로 받아 ‘호로록’ 마셔봤다. 유리잔에 담자 선명한 황금빛이 감돌았고 참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명주(名酒)’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일품진로 18년산.(사진=하이트진로)
참나무통에서 18년간 숙성돼 원액 그대로를 즐길 수 있게 된 일품진로 18년산,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목통숙성실’이 있는 경기 이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을 찾아가봤다.

숙성실 문이 위로 자동으로 열렸다. 문 아래서부터 조금씩 참나무통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8개 층으로 제작된 선반 틀 안에 5500여 통이 차곡차곡 쌓였다. 실내 온도는 12도. 참나무와 알코올이 뒤섞인 오묘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이곳에는 비교적 최근 숙성에 들어간 목통주가 대부분이고 18년산은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 10년산 원액은 최근 증류식 소주 열풍이 불어 ‘품귀현상’까지 빚었고 이후 원액 자체가 바닥났다.

2000년 4월 주입한 증류식 소주 원액이 든 참나무통.(사진=강신우 기자)
‘번호 133, 주입년월 2000년 4월’, 18년간 소주를 잘 보관하고 있는 참나무통을 찾았다. 목통은 긴 세월을 견디느라 색이 바랬고 통을 감싸고 있는 철 테도 녹이 슬었다. 철 테는 목통이 시간이 지나면서 갈라지고 벌어지는 것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9~10년에 한 번씩 철 테를 교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들여 숙성한 술이 모두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을 버텨온 참나무통을 감싼 철테가 녹슬자 새 것으로 교체한 후의 모습.(사진=강신우 기자)
참나무통은 술맛을 고르게 만들기 위해 보관 위치와 방향 등을 매번 달리한다. 4명의 전담 인력이 약 250㎏의 목통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들어 나르고 옮긴다. 1층에 있는 목통이 맨 꼭대기 층인 8층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 5년이다. 서동은 이천공장 양조팀 소속 과장은 “목통은 살아 숨쉬기 때문에 위치나 온도 등 보관 장소의 환경이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곳 참나무통은 미국에서 수입해 왔다. 버번(Bourbon) 위스키를 한 번 담아 숙성한 통이다. 새 통에 담아 숙성한 술은 떫은 맛이 강하다. 마치 녹차 티를 한 번 우려낸 후 바로 마셨을 때 떫고 쓴 맛을 느끼는 것과 같다. 한 번 사용한 중고 오크통을 사용하면 떫은 맛을 없앨 수 있고 좀 더 부드러운 술 맛을 낼 수 있다.

삼베로 덧댄 나무마개.(사진=강신우 기자)
참나무통에는 200ℓ(리터)의 소주를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180리터만 담는다. 숙성 후 통에서 술을 꺼내기 위해 통 가운데 윗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곳에 헝겊(삼베)을 덧대 나무마개로 막는다. 헝겊을 덧댄 이유는 마개가 통에 완전히 붙어 나중에 분리되지 않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때 200리터의 술을 통 안에 꽉 채우게 되면 알코올이 헝겊을 통해 빨리 증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약 20리터의 공간은 비워 놓는다. 180리터의 소주를 처음 담았어도 10년 후에는 약 140리터만 남는다.

일품진로 18년산 숙성조.(사진=강신우 기자)
오크통에서 18년간 숙성된 소주는 배합탱크라고도 부르는 숙성조에서 블랜딩 작업을 거쳐야 한다. 블랜딩을 하고 나면 39도인 알코올 도수가 31도로 낮아진다.

일품진로 18년산은 희소가치가 높아 생산량을 조절해 매년 한정 수량(약 6000병)만 음식점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또 고급화 전략으로 각 제품마다 ‘리미티드 넘버’가 부착돼 있다. 이를테면 ‘0001/6000’ 으로 표기, 한정수량 총 6000병 중 1번째 제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일품진로 18년산은 현재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375㎖ 기준 출고가는 6만5000원이지만 레스토랑 및 유흥업소에서는 2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1999년 4월 주입한 증류식 소주 원액이 든 참나무통.(사진=강신우 기자)
현재 목통 숙성실에서 가장 오랜 기간 보관된 목통주는 1999년 4월 증류식 소주 원액을 주입한 것으로 19년째 숙성 중이다. 이들 목통주는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24년 ‘일품진로 25년산’으로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프리미엄 소주 제품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술인 ‘소주’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화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영상]일품진로 18년산 맛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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