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초 동대문 두타몰 지하 2층에 문을 연 2호점은 새벽 심야 영업 및 외국인 고객 상품 강화 등 상권에 맞춰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1호점의 성공 신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1·2호점을 합쳐 누적 방문객은 160만명(일 평균 코엑스 8000명·두타몰점 6000명 기준)에 이른다.
B급 감성의 다양한 상품군…낮은 입점 문턱
흥행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고 삐에로쑈핑이 연착륙에 성공한 비결로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아이템과 낮은 입점 문턱이 꼽힌다.
삐에로쑈핑을 총괄하는 유진철 이마트 상품본부 수석부장은 “품질 관리 기준이 까다로운 이마트와 달리, 삐에로쑈핑은 국가공인 시험인증 기관이나 시험원만 통과하면 입점할 수 있다”며 “이것이 B급 감성을 자극할 만한 다양한 상품 유치로 이어져 고객들을 끌어당긴다”고 설명했다. 물론 먹거리 안전 기준이나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좀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있다.
가성비와 매출, 재미 3박자를 고루 갖춘 ‘3·3·4’ 전략도 주요 성공 요인 중 하나다. ‘3·3·4’ 전략이란 30%는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 30%는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 40%는 다른 채널에서 보기 힘든 재미있고 특이한 제품으로 매장을 꾸리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주방용품부터 코스튬, 성인용품 등 전에 보지 못하던 ‘키치 아이템’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주로 유치하면서 독특한 제품을 좀 더 싼 가격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삐에로쑈핑 전체 820개 협력사 중 대기업은 120개인데 반해 중소 벤더사는 370개, 중소 제조사는 330개에 달한다. 매출 비중 역시 81.3%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
한 예로 국내 중소 벤더사가 수입·판매하는 ‘야마야 명란마요네즈’의 경우 이마트에서는 점포당 한 달 평균 판매 수량이 채 50개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삐에로쑈핑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매월 1500~2000개씩 팔려나가며 조미료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삐에로쑈핑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성인용품숍 반응도 폭발적이다.
1호점인 코엑스점 오픈 초기 하루 평균 매출이 약 300만원이었는데 지금도 꾸준히 평균 2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성인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1호점은 천막 형태로 앞을 가려뒀고 2호점은 자동문으로 미성년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3호점부터는 신분증을 대야 문이 열리는 자동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
기존 유통업계의 상식을 과감히 뒤집은 획기적인 공간과 상품을 앞세워 손님을 끌어모으는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익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상권이 검증된 곳 위주로 추가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인 만큼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대대적인 확장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우선 논현과 의왕, 명동, 가산 W몰을 연내 오픈한다. 중소기업 전문 유통업체 ‘행복한 백화점’과 신촌 그랜드마트 내 입점도 협의 중이다. 상품 구성은 상권에 따라 유연하게 꾸릴 예정이다.
2호점인 두타몰점의 경우 상권에 맞지 않는 상품들은 과감히 생략한 대신, 잘나가는 ‘알짜’ 상품들은 늘렸다. 한류 쇼핑·문화·미식의 중심지인 특성을 반영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기 상품과 기념품, 아이돌 굿즈 및 캐릭터 완구 상품을 보강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심야 영업(오전 10시30분~익일 오전 5시)에도 나섰다.
내년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10개의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역 상권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 수석부장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흡수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요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