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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리고 있는 아시아 최대 ICT 전시회 ‘컴퓨텍스 2018’에서 만난 제이슨 우 에이수스코리아 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실제 한국 내수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의 노트북PC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그러나 글로벌시장에선 국내 양대 전자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 대에 그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약세인 HP·레노버·델·에이수스·애플·에이서 등 6대 PC제조사의 전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9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 사실상 PC 분야에선 글로벌시장과 따로 움직이는 ‘갈라파고스 섬’인 셈이다.
문제는 한국의 이런 독특한 시장 환경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해, 자칫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한국의 제조업 기반 붕괴가 삼성·LG 등 양대 전자업체를 제외한 경쟁력 있는 중견 PC업체를 사실상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한때 불야성을 이루던 용산 전자상가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고, 글로벌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한국 PC업체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비해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던 대만은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여전히 PC 업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강한 제조업 기반은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가격 경쟁력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중화권 업체들은 이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장 규모가 크지만 갈라파고스로 남아있는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조건인 ‘현지 제품에 뒤지지 않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이미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그들이 브랜드 인지도까지 확보한다면 우리 업체들이 안방까지 내주는 날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