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섭 연세대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가 2년전 세계경제포럼에서 전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바꿔놓을 새로운 세상에서 특히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이제는 평생 일자리도 없고, 인간의 수명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점점 늘고 있다”며 “인생이모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강조했다.
의학계에서 ‘괴짜 의사’로 유명한 정 교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겸 교수인 동시에 국내 최초 엑스레이 아티스트다. 정 교수의 손에서 차가운 엑스레이가 따뜻한 예술품으로 탈바꿈한지 10년이 넘었다. TV를 보다가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에 마음이 동해서 직접 장미꽃 브로치를 입에 물고 엑스레이를 촬영한 것이 국내 엑스레이 아티스트 1인자가 된 계기였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 전시는 물론 초·중·고 미술 교과서에 수록됐으며 드라마 ‘뉴하트’ ‘태양의 후예’에도 소개됐다.
정 교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됐는데 지난해 태어난 아기가 35만명이다”며 “20년 후에는 이들이 혼자서 노인 2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들(1차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한 직장에서 20, 30년씩 일하면서 축적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다. 한창 일할 때 만큼은 아니어도 그것을 활용해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부연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창의성을 대단히 어렵게 생각지만 사실은 별 게 아니다. 소라껍질이 근사한 스피커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만든 소라껍질 스피커를 보여줬다. 창의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객관식 문제풀이는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거나 창의성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생들조차 어려서부터 객관식 문제에 길들여져 있어선지 자기 의견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보라고 요구하면 곤란해한다”며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누군가가 제시하는 모범 답만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미 성공한 인생이모작인데 정 교수의 인생경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취미만 소라껍질 스피커 만들기를 비롯해 세계 화폐 수집, 다게레오 사진 수집, 옛 엑스레이 기계 수집, 음향기 및 망원경 만들기, 붓글씨 쓰기 등 무려 20가지인데 ‘또 다른 새로운 즐거움이 없을까’ 찾는다.
정 교수는 오는 20일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디지털 신세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서 ‘라이프 혁신-일과 행복’을 주제로 창의적인 인생이모작에 대해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