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검찰' 금감원, 간호사 채용에 나선 까닭은?

  • 등록 2018-05-25 오전 6:00:00

    수정 2018-05-25 오전 6:00:00

금융감독원 인터넷 채용사이트 (자료=금융감독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 검찰’ 금융감독원이 간호사를 직원으로 새로 뽑겠다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1국 분쟁조정총괄팀은 이달 21일부터 28일까지 간호사 3명을 전문 사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지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석 달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조건이다. 금감원이 금융 감독이라는 본업과 무관한 간호사 신규 채용에 나선 것은 암 보험을 둘러싼 보험회사와 보험 계약자 간 분쟁 때문이다.

현재 암 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500여 명에 달한다. 모호한 암 보험 약관 탓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암 보험 약관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직접적인 암 치료’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정의나 적용 기준이 없다 보니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이 크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 가입자가 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면역 치료 등 사후 치료를 받거나 암 합병증이 발생해 암이 아닌 다른 수술을 받을 경우 보험사가 보험 계약에 명시한 것보다 입원비나 수술비를 덜 지급하거나 아예 보험금을 주지 않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지난해 암 보험 문제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건수는 총 201건으로 2015년(72건)보다 3배 정도 급증했다.

암 보험 약관 규정상 보험금 지급 기준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이 같은 갈등에 손 놓고 있던 금감원도 뒤늦게 중재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이 국회에서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법원이 지난 2016년 비슷한 소송 건을 놓고 소비자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져서다.

당시 대법원은 말기 암 환자인 A씨가 유방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후유증 치료 등을 받은 것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계속 받으려면 면역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면역력 회복을 위한 요양병원 치료도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번에 금감원이 채용하는 간호사는 앞으로 암 입원 보험금 분쟁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소비자의 진료 기록부 분석, 의료 용어 번역, 의료 자문 등의 업무를 맡는다. 금감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견줬을 때 직접적인 암 치료로 인정할 수 있으나 보험금을 덜 지급받은 계약자의 경우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할 계획이다. 판단이 모호한 계약자는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별도의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감원은 기존 암 보험의 약관 개정에도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상 보험금 지급 기준인 ‘암 직접 치료’의 정의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도 포괄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구체화해 보험사 약관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서울 본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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