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증권시장부 성선화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국내 톱티어(top tier·최상위그룹) 리그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주요 투자기관의 PEF 블라인드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에서 10개 안팎의 하우스로의 쏠림현상이 뚜렷해진 때문이다.
◇주요 기관 16곳, 3년간 10개 하우스 주로 선정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16개 주요 기관투자가의 PEF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분석한 결과, 스틱인베스먼트·IMM인베스트먼트·IMM PE·VIG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JKL파트너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SG PE·케이스톤·나우IB캐티탈·프랙시스캐피탈 등 10곳이 톱티어 PEF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개 운용사 2~3년 주기로 돌아오는 기관들의 위탁사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기관투자가는 국민연금·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 등 운용자산 구조 1조원 이상 16곳으로 한정했다. 여기에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많은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어피너티파트너스 등은 제외됐다.
이는 지난 2004년 12월 투자전문회사(PEF ·Private Equity Fund)가 도입된 이후 국내 PEF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트랙레코드로 검증된 톱티어 리그가 가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신설 PEF가 100여곳에 달하며 신생 운용사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톱티어 그룹으로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틱> IMM 인베·IMM PE> JKL파트너스 , 기관 러브콜
주요 기관들로부터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하우스는 스틱인베스트먼트였다. 2015년 8월 교직원공제회(교공) 대형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이후 사학연금·산재보험·우정사업본부·노란우산공제·행정공제회 등으로부터 총 6번 위탁 운용사로 선정됐다. 20년전 벤처캐피털(VC)로 출발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PEF로 전환에 성공하며 그로쓰캐피탈·바이아웃·스페셜시츄이션펀드 등을 모두 운용하는 국내 유일의 PEF로 성장했다. 최근 VC부문을 PEF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국내를 넘어 동남아를 아우르는 팬아시아 펀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PEF와 VC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독립 계열사로 운용되는 IMM 인베스트와 IMM PE는 지난 3년간 각각 4번과 3번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며 두 계열사를 합칠 경우 총 7번에 달했다. 송인준 대표가 이끄는 IMM PE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딜을 위주로 하고, 지성배 대표가 맡고 있는 IMM 인베스트먼트는 인프라, 벤처투자, 메자닌 펀드 투자를 주로 한다. 지난해 IMM PE가 국내 토종 펀드로는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펀딩 조성에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이번 펀드 조성 때는 외국계 기관투자자도 일부 참여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밖에 보고펀드에서 중소형 바이아웃 전문으로 스핀아웃한 VIG파트너스와 지난 10년간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JKL파트너스가 톱티어 리그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LG실트론 투자 실패를 딛고 보고펀드에서 분리 독립한 VIG는 펀드의 정체성를 미드캡 소비재 바이아웃으로 확고히 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5000억원 규모의 대형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선 JKL파트너스는 올들어서만 4곳의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며 한 단계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미누스 ‘메자닌’, SG PE·케이스톤 ‘구조조정’ 틈새전략
20곳에 달하는 기관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경영권 인수를 하지 않는 리스크가 낮은 지분투자로 PEF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 리그로는 SG PE와 케이스톤이 기관들의 신뢰를 받았다. 이들은 한국선정금융의 재기지원펀드로 나란히 선정 됐다. 특히 PEF 도입 이전의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orporate Restructuring Company)’ 출신 매니저들로 구성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PEF는 총 342개로 제도 도입 후 12년 6개월 만에 약정액 60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 PEF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톱티어 리그의 윤곽이 드러나며 이들이 향후 선진국처럼 수십년간 지속 가능한 하우스로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