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서스 RX 앞모습. 렉서스를 상징하는 스핀들 그릴이 이전모델 보다 훨씬 커졌다. 신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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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렉서스 RX 로열유저 중 여성의 비율이 높습니다. 여성이 운전하기 편한 SUV입니다.”
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RX를 설명하면서 여성 운전자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조용하고 운전하기가 편한 세단의 장점을 가미한 프리미엄 크로스오버의 원조인 만큼 7년만에 내놓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에서도 이런 장점을 극대화했다.
RX는 렉서스 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이다. 1998년 출시된 뒤 3세대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226만대가 넘게 판매됐다. 신형 RX는 전 모델보다 더 커지고, 더 화려해졌다. 최근 중형 SUV의 인기가 떨어지자 차제와 구성을 대형 수준급으로 키워 소비자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 렉서스 RX 옆모습. RX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차체에 굴곡과 음영을 조화해 입체감을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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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디어 시승을 통해 달라진 RX를 운전해봤다. 시승구간은 잠실 롯데타워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 크리스탈밸리 CC를 왕복하는 약 120km코스로 교통체증과 고속주행, 터널, 코너, 굽은 도로 등 다양한 도로상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승에 쓰인 차량은 하이브리드 최상위 모델인 RX450h 이그제큐티브(고급형), 색상은 앰버 크리스탈 샤인이다. 이번에 색상이 4가지 더 추가돼 모두 12가지로 선택 폭이 넓어졌다.
신형 RX의 첫인상은 웅장했다. 자체 크기는 이전 세대보다 길이 120㎜, 너비 10㎜, 높이 20㎜, 휠베이스 50㎜ 더 커졌다. 중대형 SUV 시장의 대형화 트렌드를 반영해 자사 플래그십 모델인 LS에 버금가는 넓은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모습은 렉서스를 상징하는 스핀들 그릴이 이전모델 보다 훨씬 커져 눈에 가장 먼저 띄었다. 그릴이 이렇게까지 커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L자 형상의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와 화살촉 형상의 LED 주간 주행등은 그릴과 어울려 강렬한 인상을 줬다. 옆 모습은 RX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차체에 굴곡과 음영을 조화해 입체감을 강조했다.
| 자체 크기가 이전 세대보다 더 커지면서 뒷좌석 공간이 넓어졌다. 신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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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트렁크가 열리는 터치리스백도워도 체험해봤다. 여성들이 차 도어를 직접 만지는 것을 기피하고 발로 차서 여는 것은 우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채택한 기능이라고 한다. 차키를 가까이 둔 채 손을 10cm 정도 가까이 대면 ‘띠리릭’ 소리가 나면서 트렁크가 열렸다. 기술은 나쁘지 않지만 열릴때까지 손을 데고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활용도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시트 위치는 비슷한 차급인 벤츠 GLE보다 낮게 설계돼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을 줬다. 운전의 편의성도 높인 것이다. 앞좌석 전동 시트는 10개 방향으로 조정됐다. 창문에 띄어진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운전을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주행을 하다보니 금세 익숙해졌고 오히려 유용했다. 12.3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웠다. 내부 조명은 손 터치로 켜지고 꺼졌다. 음악 볼륨을 높이자 15개의 마크 레빈슨 프리이엄 사운드 스피커에서 음악이 입체적으로 울러 퍼졌다.
| 신형 RX의 핸들과 계기판,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신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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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는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시동을 켤때도 조용했다. 렉서스가 ‘조용하고 세단 같은 SUV’라는 점을 강조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주행 때도 세단 같은 정숙함과 승차감이 느껴졌다. 차체가 컸지만 단단한 스티어링휠으로 코너링도 어렵지 않았다. RX에는 차의 주행상태에 따라 앞 뒤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첨단 AWD 시스템이 장착됐다.
고속 구간에 진입하면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했다. 모드 전환 다이얼이 조수석 쪽에 있어 불편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액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자 ‘크으릉’하는 엔진 소리가 커지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최고출력 262마력, 최대토크 34.2kg.m/4600rpm의 힘을 내는 하이브리드용 V6 3500㏄ 엔진이 제기능을 하는 순간이었다. 터널 구간에서 진입해서 최대 170㎞/h까지 속도를 높여봤다. 앞차만 없었다면 액셀을 더 밟고 싶을 정도로 속도는 쉽게 올라갔다. 풍절음이 다소 높아졌지만 옆 사람과 대화에는 무리가 없었다.
| (왼쪽)뒷편 앰블럼 가까이에 손을 가져가면 터치리스백도워 기능으로 트렁크가 열린다. (오른쪽) 내부 조명은 손 터치로 조작 가능하다. 신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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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연비는 11.7km/h가 나와 공인 연비인 12.8km/h에는 못미쳤다. 동승했던 기자는 9.8km/h를 기록했다. 시승을 통해 주행성능과 정숙함에서 렉서스 RX가 여성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국내에 출시되는 신형 RX는 RX450h와 RX350 등 2종이다. 가격은 RX450h 슈프림(표준형) 7610만원, 고급형 860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