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도부의 역사 인식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선 한·일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박근혜정부의 확고한 방침인데, 아직까지 일본 지도부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세코 히로시게 관방 부(副)장관은 지난 10일 BS-TBS 프로그램에 출연, 한·일 및 중·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것이 한·중의 국내 사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정치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11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일본 지도부가 영토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외면한 채 상대국의 정치적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선 불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8일 벨기에에서 가진 한-유럽연합(EU)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한·일 갈등을 풀 타협점을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양쪽 국민들이 정상회담을 통해서 두 나라 관계가 좋아지고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는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더 악화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 아니라 역사 인식에 대해 퇴행적 발언을 하는 일부 (일본) 지도자들 때문에 한국 국민들이 계속해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성향으로 보건대 당분간은 불가능하고 상당 기간 불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극우 성향의 아베 정권이 박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일본이 내년 초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마무리짓고 나면 자국 내에서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아베 내각이 역사 문제에서도 한 발 물러날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오는 13일 청와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