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개발사=판매사' 원칙 깨진다

신약·복제약 판권 이전 활발..'최소 비용으로 실속챙기기' 전략
  • 등록 2013-08-05 오전 8:26:27

    수정 2013-08-05 오전 8:26:2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의약품을 개발하는 업체가 판매도 담당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신약개발의 어려움, 정부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신약뿐만 아니라 제네릭(복제약) 제품도 개발사가 다른 업체에 판권을 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동화약품(000020)은 고혈압복합제 ‘라코르정60/12.5mg’의 보험약가(670원)를 받고 내달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라코르정은 보령제약(003850)이 개발한 신약 ‘카나브’를 이뇨제와 섞어 만든 제품이다. 보령제약이 개발부터 허가까지 진행했고, 양사 간의 판권 이전 계약에 따라 동화약품이 국내 판매를 맡기로 했다.

국내업체가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신약의 판권을 경쟁사에 넘기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사례다. 종전에는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국내업체가 대신 판매하거나 일반의약품의 위탁 생산 정도만이 제약사 간 제휴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약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발업체가 판매까지 담당하는 관행이 깨지고 있다.

주요 판권 이전 의약품 현황
앞서 LG생명과학(068870)은 지난해 임상 2상 시험까지 마친 B형간염 신약 ‘베시포비어’의 판권을 일동제약에 팔았다. 일동제약은 지난 26일 베시포비어의 임상3상시험 계획을 승인받고 막바지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백혈병치료 신약 ‘슈펙트’는 대웅제약(069620)이 판매하고 있다.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한 조루치료제는 동아에스티, 종근당,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등 4개사가 판권을 가져갔다. 메디포스트와 파미셀이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는 각각 동아에스티와 JW중외제약이 판매를 담당한다.

국내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다국적제약사가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LG생명과학이 개발한 당뇨치료제 ‘제미글로’는 사노피아벤티스가 판매에 가담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개량신약 ‘아모잘탄’은 미국 머크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도 도와주고 있다.

제네릭 제품의 판권을 넘기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JW중외제약이 만든 천식치료제 제네릭 ‘싱귤맥스’와 ‘싱귤맥스속붕정’은 애보트가 판매하고 있다. 다이이찌산쿄가 허가받은 고혈압약 ‘올메텍’의 제네릭 ‘올메엑트’는 CJ제일제당이 발매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제네릭 제품을 다른 업체들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종전에는 다른 제약사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네릭을 포장만 바꿔 허가받더라도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이 규제가 폐지되면서 제약사들은 별도의 허가절차 없이 포장만 바꾼 ‘위탁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허가받은 전문의약품은 683개로 전년동기 379개보다 80.2% 늘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허가받은 제네릭 제품 2개 중 1개가량은 직접 생산하지 않는 ‘위탁 제네릭’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 신약 개발의 어려움 등의 요인으로 제약사들이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고 실속을 챙기는 방향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자체 개발한 제품은 직접 팔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희박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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