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입'에 흔들리지 말자

  • 등록 2012-07-31 오전 8:06:25

    수정 2012-07-31 오전 8:06:25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집들이를 겸한 회식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 꽃이 핀다. 밤은 깊어가고 문밖으로 웃음소리는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급기야 호스트의 부인에게 노래를 청한다. 집들이의 대표메뉴다. 마지못해 일어서 소주병 마이크를 잡는 안주인의 얼굴엔 쑥쓰러움과 어색함이 묻어나온다.

두어시간쯤 흘렀을까. 적당히 술이 오른 한 동료가 상사에게 두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부장님, 그런데 이번 인센티브는 왜 이렇게 적게 나온거예요? 우리 부서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 그때 딱 한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수줍은 웃음을 띠며 노래를 부르던 안주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안주인은 호스트를 향해 “인센티브가 나왔어요?”라고 묻는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만난 전날의 호스트는 얼굴이 반쪽이 돼 있었다. 술김에 ‘인센티브’를 거론했던 동료는 미안해졌다. 입이 방정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지난 30일까지 0.42% 하락했다. 유로존 위기가 재부각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해결책 제시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지수도 지쳐갔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도 신통치않자, 우리 증시도 마침 찾아온 무더위를 먹은 것처럼 축 쳐졌다.

그랬던 증시가 말 한마디에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총재는 지난주 주말을 앞두고 “유로화를 수호하기 위해 ECB는 무엇이든 할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등했다. 코스피도 종가기준 연저점에서 벗어나 1800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의 말이 ‘립 서비스’였는지, ‘진실’이었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이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그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드라기 총재의 말이 진실이라면 8월에는 일정부분 확인기간을 거친 뒤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등에 나설 수 있겠지만, 만일 단순한 ‘서비스’로 드러난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입’에 집중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종목별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시 잊고있던 실적 시즌을 상기해보자. 비록 지수 변동에는 큰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는 재료지만, 잘 따져보고 분석하면 매크로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뿌리 깊은 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나무를 발견하는 법도 있다. KDB대우증권은 ▲직전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이전 4개 분기 대비 최대치 ▲이전 4개 분기 중 적자 기록한 분기 하나 이상 포함 ▲잉여현금흐름이 직전 분기 및 최근 반기 값이 플러스 ▲직전 분기 순이익에 4배를 곱한 값을 이익으로 가정한 PER이 전체 종목 PER 중간 값보다 작은 종목을 턴어라운드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가장 실천하기 힘들지만 가장 다디단 열매를 가져다주는 격언이다. 지쳐있는 증시, 불확실한 입에 시선을 두기보다는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과 실적, 재무제표에 시선을 고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에 근거한 말 한 마디는 최소한 ‘입 방정’은 안되지 않을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