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시간쯤 흘렀을까. 적당히 술이 오른 한 동료가 상사에게 두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부장님, 그런데 이번 인센티브는 왜 이렇게 적게 나온거예요? 우리 부서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 그때 딱 한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수줍은 웃음을 띠며 노래를 부르던 안주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안주인은 호스트를 향해 “인센티브가 나왔어요?”라고 묻는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만난 전날의 호스트는 얼굴이 반쪽이 돼 있었다. 술김에 ‘인센티브’를 거론했던 동료는 미안해졌다. 입이 방정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지난 30일까지 0.42% 하락했다. 유로존 위기가 재부각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해결책 제시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지수도 지쳐갔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도 신통치않자, 우리 증시도 마침 찾아온 무더위를 먹은 것처럼 축 쳐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의 말이 ‘립 서비스’였는지, ‘진실’이었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이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그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드라기 총재의 말이 진실이라면 8월에는 일정부분 확인기간을 거친 뒤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등에 나설 수 있겠지만, 만일 단순한 ‘서비스’로 드러난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나무를 발견하는 법도 있다. KDB대우증권은 ▲직전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이전 4개 분기 대비 최대치 ▲이전 4개 분기 중 적자 기록한 분기 하나 이상 포함 ▲잉여현금흐름이 직전 분기 및 최근 반기 값이 플러스 ▲직전 분기 순이익에 4배를 곱한 값을 이익으로 가정한 PER이 전체 종목 PER 중간 값보다 작은 종목을 턴어라운드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가장 실천하기 힘들지만 가장 다디단 열매를 가져다주는 격언이다. 지쳐있는 증시, 불확실한 입에 시선을 두기보다는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과 실적, 재무제표에 시선을 고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에 근거한 말 한 마디는 최소한 ‘입 방정’은 안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