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볼보 인수한 中지리차 공장 가보니

현지 납품 타진 韓부품업체 동행취재
한국인 임직원 영입`현대차 따라잡기` 골몰
"아직 15년전 수준..변화 속도는 놀라워"
  • 등록 2012-07-02 오전 8:30:00

    수정 2012-07-02 오전 8:30:00

[닝보(저장) = 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상하이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고작 두 시간, 한때 중국이 세계최장이라 자랑하던 36km 길이의 항저우(杭州)만대교를 건너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츠시(慈溪)에 도착했다. 이곳은 중국의 2대 항으로 불리는 닝보가 새로운 국제 자동차 산업단지로 점찍어 키우고 있는 항저우만 신개발구가 위치한 곳으로 중국의 2대 민영 완성차 회사인 지리(吉利, Geely)차의 츠시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에 납품을 타진하려 이곳을 찾은 국내 유수 부품업체들과 함께 지리차 츠시공장을 방문했다. 주로 현대·기아차나 보쉬와 같은 국내 완성차 및 글로벌 부품업체와 협력관계에 있는 중견사들의 임직원들과 동행한 만큼 중국 현지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지리차는 지난 2010년 스웨덴 볼보의 승용차 부문을 100% 인수하면서 중국 완성차 기업으로는 드물게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업. 볼보 인수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다.

지리차 츠시 공장은 작년 4월 가동을 시작한 최신식 공장으로 깨끗한 외관을 갖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이 회사 팡청(方成) 전략합작부 부부장은 “지리그룹 내에서 가장 선진적인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이 공장은 지리차 중고가 브랜드 ‘디하오(帝豪, Emgrand) EC7’를 생산하고 있다. 이 모델은 중국 현지업체 중형차 모델 가운데는 드물게 월 판매량이 약 1만2000대에 이르는 히트 상품이다.

공장의 첫 문을 들어가니 집채만한 프레스가 굉음을 내고 잇었다. 다섯 단계의 로봇 공정을 거쳐 약 3초에 한 개씩 자동차 문의 형틀이 찍혀 나오고 있었다. 비전문가의 눈에는 그저 대단한 설비로 보였지만 전문가에겐 달랐다. 옆에 선 A부품사 중국 지사장은 “강판 절단면이 날카롭지 않게 접어서 끝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대로 두는 것이 조금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리차 츠시공장 용접라인에서 용접공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용접 공정 라인으로 들어가니 수 백개의 대형 용접 기계가 시뻘건 불꽃을 공장 참관 라인까지 튕겨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절반 가량은 로봇이 용접하는 자동화 라인이지만 남은 절반은 용접공들이 라인에 서서 직접 용접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아차 옌청(鹽城) 공장을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것과는 차이가 있는 장면이었다.

차체에 시트나 카오디오 등 내장모듈을 채우는 작업 역시 국내 기업 공정에 비해 사람의 손이 더 많이 가는 듯했다. 부품업체 B사 해외영업 담당 직원은 “자동 공정으로 운영할 경우 설치시 오차를 줄일 수 있어 불량률을 더 낮출 수 있는데 공정 전반이 자동화되지는 않아 불량처리에 대한 비용이 꽤 클 듯하다”고 말했다.

지리차는 이 공장의 품질 관리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팡 부부장은 “각 공정 라인에서 점검할 때 통과 비율이 목표인 92~93%를 뛰어넘어 95~96%를 실현하고 있다”며 “GM보다도 높다”고 강조했다. 110초에 한 대 꼴로, 1년에 12만대 가량의 차량을 뽑아내는 생산 능력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비쳤다.

공장 곳곳에도 품질을 강조하는 표시들이 눈에 띄었다. 완성된 차량이 공정을 마치는 최종 라인에는 ‘품질의 문(Gate of Quility)’이라는 장식이 설치돼 있고, 공장 통로와 건물 외벽 등에도 ‘품질은 나로부터 시작해 세계 제일의 공장으로 향한다(品質從我開始, 向世界最好工程)’는 표어가 걸려 있었다.

지리차 츠시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내장공정 공정 라인을 빠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품업체 전문가들은 품질이나 공정 관리는 글로벌 수준에서 아직 한참 멀었다고 평가했다. C업체 중국 사업 담당자는 출고 직전 점검 과정의 차량을 보며 “현대차라면 저렇게 도장돼 나온 것은 전부 반품”이라고 지적했다. 3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봐도 매끈하지 못한 도색이 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B사 담당자는 “어떤 라인은 놀고 있고 어떤 라인은 바삐 움직이는 등 라인에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을 보면 공정관리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사 중국 지사장은 “라인 속도가 현대차의 절반으로 대략 90년대 후반 수준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며 “아직 볼보의 기술이나 관리가 지리차에 전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중국 업체와의 기술 및 공정 격차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는 답이 많았다. 관건은 현재의 격차가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변화 속도라는 설명이다.

이번 국내 업체들의 참관을 이끈 이재령 코트라 항저우(杭州)무역관장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공장이지만 중요한 것은 발전의 속도”라며 “수 년 전 방문했던 현지 완성차 공장과 비교하면 무서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자동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리차는 현대차(005380)를 롤모델로 삼아 공정 관리나 기술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을 한국 설계팀에 일괄적으로 맡기거나 아예 한국 기업 출신 경영 및 기술직 임직원을 거액 연봉으로 영입하는 등 ‘현대차 따라잡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전언이다. 츠시공장을 포함한 닝보지역 4개 생산공장을 총지휘하는 인물 역시 현대차 출신이다.

지리차는 이와 힘께 볼보의 기술을 현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또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팡 부부장은 “엔진 계통이나 안전성 강화 등 볼보의 기술을 도입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또 볼보의 기술력과 지리차의 인력을 결합한 새로운 현지 독자브랜드를 만들어 저장 타이저우에 공장을 세워 내년께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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