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정부는 주택시장이 1990년대 주식시장이 겪었던 것과 같은 심각한 거품상태에 빠져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직은 거품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CNN머니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월 신규주택착공은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185만가구에 달해 16년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수요의 둔화로 증가세가 꺽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신규주택 착공허가 건수가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2인이상의 가계에서의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허가의 80%가량은 1인 가계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 부분의 수요는 0.3% 증가했다.
주택가격의 동향에서도 경기가 꺽일 것이란 신호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 8.8% 상승했다. 지난 20년을 통틀어 이처럼 집값이 급등한 경우는 없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건설업자의 낙관지수는 이달초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동부지역의 폭설 등으로 주택건설활동이 주춤한 때문으로 봐야 하며 낙관지수는 여전히 역사적인 고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NAHB 회장인 켄트 코닌은 “주택건설경기가 지난 몇 개월동안의 강한 모습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시장의 펀더멘탈은 여전히 견고하며 1인주택에 대한 건설업자들의 낙관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거품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사상 최저수준에 있는 모기금리라는데 이견은 없다. 금리부담이 사라지자 주택수요는 늘었고 가격은 상승했다. 과거에 높은 금리를 주고 주택구입자금을 빌렸던 미국인들은 너도 나도 기존 대출을 갚고 싼 금리로 다시 대출(리파이낸싱)을 받아 이자부담을 줄였다. 지난 3년여동안 미국 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증시는 침체에 빠졌지만 주택시장은 ‘나홀로 활황’을 누렸던 이유다.
집값이 오르고 매달 내는 이자는 줄자 미국인들은 남는 자금으로 소비를 늘렸다. 소비는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주택시장의 활황이 소비를 지켜주고 결국 미국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됐던 셈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거품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초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거품은 아직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 일부지역은 주택가격이 시장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가 거품우려를 자아내고 있기는 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별로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처럼 거품이 한꺼번에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국한되는 경향을 보이며 주택공급이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주택가격이 한꺼번에 빠질 위험이 낮다는 지적이다. 맥쿼리에쿼티USA의 금리전문가인 로리 로버트슨은 “미국 인구가 2억9000만명인데 1년에 185만의 신규주택 공급은 지나친 수준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주택시장 경기가 꺽일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최소한 당분간은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리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라크문제가 깨끗이 해소될 때까지는 안심해도 된다는 지적이다. 단기 금리를 가파르게 상승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경제활동이 강력한 회복을 보여주는 경우이나 경제가 좋아진다면 주택시장이 금리상승으로 받는 타격은 어느정도 줄어들 수 있다. 전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였던 라라 레임은 “경제가 살아나서 금리가 오른다면 주택시장은 가장 나중 걱정해도 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주택시장의 경기가 점진적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올해 3%가량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거품의 일시붕괴로 침체에 빠진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거품해소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더 많다.